[사설] ‘국가경쟁력 과학기술’ 예산 법적 뒷받침돼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윤 대통령 “2025년도 R&D 투자 대폭 확대”
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에 투자
미 ‘칩스법’ 수준의 투자세액공제·지원 긴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8 00:02:01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기술 패권 시대에 세계 각국은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투자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유능한 인재 확보가 관건이다.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나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한 국가보다 내세울 부존자원이 없는 싱가포르나 스위스 같은 나라가 더 잘살고 있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순간 방심하면 언제 다시 뒤처질지 모를 긴박한 상황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올해 예산안 가운데 연구개발(R&D) 예산은 25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조2000억 원(16%)이나 삭감돼 주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의지를 저하시키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2025년도 R&D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첨단 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연구 장비 적시 도입을 위한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첨단 과학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연구비 삭감으로 과학기술자들의 사기가 저하된 상태에서 내년도 R&D 예산 증대 방침은 만시지탄이지만 고무적이다. 최고 기술 선도국 대비 기술 수준을 현재 80% 수준에서 2027년까지 85%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차제에 정부는 삭감된 5조여 원을 추경을 통해서라도 복원하길 기대한다. 선진국 수준의 과학기술 발전을 기하고, 세계를 앞장서 이끄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국가가 되기 위해선 과학기술인 양성과 예산 뒷받침이 필수적임은 상식이다.

물론 우리나라 발전의 핵심 동력이었던 R&D가 과거 추격형 연구에 머물러 있고 비효율 누적·예산 낭비·기득권 형성 등의 문제점이 노출돼 있어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의 질보다 양적 성과를 강조하고 통제 위주로 과제를 관리한다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 연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효율과 낭비를 유발하는 나눠 먹기 및 뿌려 주기 과제를 방지하기 위해 과제 선정의 신뢰성·연구비 집행의 투명성·평가의 전문성을 높이는 게 요청된다. 나아가 연구개발통합관리시스템(IRIS)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고도화하고, 엄정하고 주기적인 재정집행 점검·사업 평가 등을 통해 R&D의 성과 부진·재정 낭비 등도 근절해야 할 과제다.

선결 과제가 만만찮다. 법적 뒷받침이 긴요하다. 예컨대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경우 미국은 2022년 ‘칩스법’을 통과시켜 527억 달러(약 70조7234억 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다. 칩스법은 반도체 투자 금액의 10% 이상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최대 25%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 지난해부터 5년간 총 5조 원을 투자할 경우 최대 1조2500억 원의 세액공제와 50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해당 제도는 ‘소부장’에도 적용된다. 일본은 경제안정보장촉진법·5세대(5G) 통신 촉진법 등을 통해 반도체 투자에 최대 50%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 특혜 논란 탓에 보조금 논의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가전략 기술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조항이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투자세액공제 연장과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 미래 과학의 경쟁력은 미래의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열쇠다. R&D 증대와 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과학기술 입국’의 필수 사안으로서 정부와 국회가 뒷받침해 주길 당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