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脫중국 글로벌기업 유치는 규제 개혁이 관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기업 유치 전략 보고서’ 제안
韓, 아시아 기업 허브로 재탄생할 절호의 기회
중대재해법 등 개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5 00:02:02

글로벌기업들이 탈(脫)중국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과도한 규제를 푼다면 이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제언했다. 암참은 최근 이런 취지를 담은 ‘한국의 글로벌기업 아태 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제언대로 지금이 우리나라가 아시아 기업 허브로 재탄생할 절호의 기회다. 다시는 오기 어려운 이 기회를 잘 살리는 건 고질적인 규제를 개혁하는 것에 달렸다.

최근 암참은 이달 초 대통령실에 이 같은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는데, 대통령실에 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까지 함께 전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는 관련 정부 부처에 정책 제언(레터)을 하는 암참이 이례적으로 대통령실에 직접 보고서를 전달한 것은 현 상황이 한국으로서는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가 될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긴박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비쳐진다.

암참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본지를 비롯해 몇몇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주52시간 근무제 등 과도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제언이 그러하다.

우선 암참이 미국 기업 800여 곳을 대상으로 ‘아태 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2위로 떠올랐다는 사실이 주목됐다. 나날이 고조되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봉쇄의 여파로 글로벌기업들이 중국과 홍콩을 떠나는 현실이 그 배경이다. 한국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탄탄한 정보기술(IT)·교통·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대규모 소비시장인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등이 다국적기업의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꼽히는 걸림돌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일본·홍콩·싱가포르에 비해 훨씬 무거운 징역형·벌금형을 부과하는 이 법이 CEO의 리스크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CEO들의 한국행을 막는 대표적 규제’로 꼽히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암참은 “정작 괴롭힌 가해자는 내버려 두고 사용자(CEO)를 처벌하는 법에 많은 외국 CEO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 밖에 과도한 비정기 세무조사나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로 지적됐다. 국가별 노동 정책과 유연성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 국 중 97위다. 1위인 싱가포르의 경우 주 44시간 근무 외에 한 달에 72시간까지 초과근무가 가능한 반면 한국은 1주일 단위로 초과근무를 계산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한국이 24%로 싱가포르(17%), 홍콩(16.5%)보다 훨씬 높다.

현재 싱가포르에 아태 본부를 둔 기업은 약 5000개·홍콩 1400여 개인 데 비해 한국은 100개도 안 된다. 이는 한국이 아무리 싱가포르보다 낮은 생활비·높은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한류문화·교육 여건 등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

암참의 제언대로 과도한 비정기 세무조사나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우리의 갈라파고스 규제만 풀어도 글로벌기업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세계 질서 재편 과정에서 국익을 도모하려면 전략적으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