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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비민주적이며 폭압을 일삼으며 의사들을 탄압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에 지난 한 달 동안 좌절하고 절망한 전공의들과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지켜 온 필수의료계가 무너지는 것에 좌절한 의대 교수들을 지켜봤다. 나는 정권과 감옥에 갈 각오로 ‘의료농단’과 맞서 싸우겠다. 의료계를 탄압하는 정부는 법안으로 압박할 것이다. 8년 간 국회에서 284건의 법안 발의와 217건의 토론회를 진행한 진정한 의·정 경험자다. 현실정치 경험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타협도 없고 배신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생 마지막 사명으로 남은 인생을 걸고 진정한 의료개혁의 역사를 써내려가겠다.”
박인숙 대한의사협회 회장후보(전 국회의원·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는 강 대 강 대치국면에서 ‘의료 붕괴’ 수순으로 치닫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내며 이 같이 밝혔다. “의사들은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며 국내 처음으로 외신 기자 70여 명을 모아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각지에 한국 의료계 난맥상을 알린 박 후보. 그는 40년간 소아심장 의사와 의대 교수에 이어 학장으로 필수의료계를 지켰다. 보수당의 재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법안 발의를 통해 고질적 한국 의료 문제로 일컬어졌던 저수가·의료 불균형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박 의원은 이번 의료계 파국을 두고 ‘통계사기’라고 단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할 때는 항상 의사 수만 비교하지만 정작 세계 최상위 수준인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이용률 △의료 수가 △의료사고 관련 의사기소율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2022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평균 5.9회에 비해 2.5배 높고, GDP 대비 의료비는 8.4%로 OECD 평균 9.7%보다 낮아 환자 1인당 의료수가가 OECD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면서도 “남녀 모두 평균수명 1등·영유아 사망률 최저·예방 가능한 사망률 최저·의료 접근성 1위인데 어째서 OECD 평균 의사 수가 적다는 통계(1000명당 2.6명, 평균 3.7명) 하나만 언급하며 모든 의사가 반대하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냐”고 되물었다.
박 후보는 이번 '의대 증원 문제'와 갈등의 본질을 정부와 언론의 끝없은 ‘의사 악마화’와 ‘왜곡 보도’로 인한 의료진의 ‘상실감’ ‘모욕’으로 보고 의료계가 완전히 붕괴되기 전 진정성을 가지고 사태 수습에 앞장 서겠다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언론의 왜곡보도 얼마나 심각한가.
“언론이 가장 큰 문제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토픽으로 띄었고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텅텅 빈 지방병원’ ‘연봉 10억 원에도 의사 못 구해’ 등의 자극적인 주제가 가득한 기사를 뽑아냈다. 셀 수 없이 많을 정도의 기사가 기획과 특집면으로 잡혀 쏟아졌다. 전부 다 거짓이고 현상 부풀리기이며 악마의 편집으로 범벅된 왜곡 보도다. 한 보수 매체는 보건복지부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취재하길래 정부와 입을 맞춘 게 아닌가라는 의심까지 들었다. 가장 속이 상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수 매체에서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의사 파업을 두고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며 ‘돈만 아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재차 말하지만 ‘돈’은 가장 마지막 이야기다.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을 해도 의사 수 증원 요구 보도량과 비교불가할 정도로 미미하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게임을 한 것이다.”
-의료계 떠나겠다는 의사들의 본심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모욕’ 당했으며 의사로서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부당한 폭행을 정부는 법적으로 보호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히포크라테스 선서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헌신·보람과 같은, 의사 생활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자기만족감마저도 모욕당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소아심장을 전공했고 하루종일 숨도 못 쉬는 환자에 CPR 하고 수술한 후 숨이 돌아와 안정되는 모습을 보고 밤 하늘의 달을 바라볼 때 느꼈던 의사로서 ‘심장이 뛰는 느낌’ ‘살아 있는 느낌’ 형언 불가한 감동 등이 있었는데, 모든 게 산산조각났다.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의 경우도 잘 가르쳐놓으면 최고의 필수의료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다. 이 같은 의료 인프라를 갖춘 게 대한민국 의료였다. 인력과 장비까지 갖췄으며, 명의로 성장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미국 등 해외에 나가면 2~3배의 돈을 더 벌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원가 보전도 안 되는 가격에 의사 몸과 인생을 투자해서 시스템 유지가 가능했다. 언론은 비춰주지 않는다. 언론에는 한 해 10억 원을 줘도 지방은 못 가겠다는 이기적 의사들만 가득하다는 기사만 보인다.”
-연봉 10억 원 줘도 안 간다는 지방병원, 사실은 무엇인가.
“10억 원 준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필수의료 수술 중에 부정맥에 스탠스를 넣는 수술을 한다고 해 보자. 그냥 빨대 꼽으면서 하는 시술이 아니다.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고 적어도 교수·전공의·간호사에 펠로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수의 환자도 확보해야한다. 그런데 지방 병원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명의가 가더라도 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러 명이 돌아가는 당직을 감당하고 주치의 혼자 책임지는 구조다. 계약직이라 1년마다 재계계약도 해야해서 고용 안정성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언제 짤릴지 모르고 몇 인분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하며 사법 리스크까지 생긴다. 민사소송 한 번 걸리면 20억~30억 원씩 청구당한다. 연 10억 원 준다고 가서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지방의료원은 통상 보건의료노조의 입김이 막강해서 노조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노조 등살 때문이라도 의사가 못 견딘다. 그래서 사람 못 찾는 인력난이 발생하고 악순환이 심화하는 것이다. 언론은 이 같은 현상의 진실을 파헤치는 대신 마치 의사들이 돈만 바라고 이기적이라서 지방을 안 간다고 매도한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의사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근로환경에서 아무도 지방에 안 내려갈 것이다.”
-낙수의사로 필수의료 문제 해결 가능하다고 한다.
“의사가 많아질수록 국가적 비극이 점점 커질 것이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낙수의사로 대체할 것으로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필수의료 교수들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사명감이 철저하게 짓밟혔다. 낙수의사는 아주 나쁜 말이고 모욕적인 말이다. 의사 수를 늘리면 필수의료 분야로 가는 인력도 늘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의사 수를 늘려 놓으면 인기과 경쟁에서 밀려난 의사들이 떠밀리듯 바이털과를 선택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바이털과 의사들은 소위 ‘사람 살리는 맛’으로 택하는 과다. 비급여 진료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암 세포를 잘라내고 사지를 접합하는 등 손 끝에서 생명이 살아나는 ‘바이털 뽕’에 의해 택하는 경우가 많다. 능력이 부족해서 필수의료과로 떨어졌다고 주홍글씨를 정부가 직접 쓴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어떤 환자도 ‘필수의료 명의’에게 수술 받을 것을 원하지, 지방 의대에서 필수의료를 하는 ‘낙수의사’에게 수술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빅5 쏠림 현상은 여전할 것이다. 일반의들은 당연 필수의료를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며 차라리 일반의로 개원가로 진출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어떤 효용을 기대하는 ‘낙수효과’에 의한 ‘낙수의사’인지 정부는 대답해야 할 것이다.”
-필수과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바이털과를 택하지 않는 이유는 10~20억 원짜리 민사 소송에 형사처벌이 뒤따르는 형사소송까지 같이 걸리는 등 ‘사법리스크’ 때문이다. 이것을 완화해 주는 게 가장 우선이다. 미국은 의사가 소송에 걸려도 보험회사가 대신 대응해준다. 한국은 의사가 직접 대응해야한다. 자칫 잘못할 의료소송이 부담돼 필수과를 회피한다. 기소문화를 없애고 법적 보호를 먼저 할 경우 피부미용 하겠다는 의사들 다수가 필수의료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이유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필수의료 분야에 10조 원을 투입했을 당시에 별도 재원 아닌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쓰일 돈을 새롭게 쓰겠다고 말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일단 ‘비급여 혼합진료’는 의료계 전체의 말살을 불러일으키는 재앙적 대책이다. 쉽게 말해서 혼합진료금지는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동시에 받는 것을 제한하는 정책을 말하는데,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와 급여 진료를 함께 진행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비급여인 도수치료와 급여인 물리치료를 할 수 없다. 급여인 백내장 수술과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수술 렌즈를 병행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은 급여와 비급여 의료를 함께하는 방향으로 급여에서 손실 나는 부분을 메꿔오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이 때문에 환자들은 폭넓은 의료 서비스를 누려왔다. 이를 정부가 막아서 결국 건보재정을 아끼겠다는 속셈인데 의사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정책 패키지다. ‘사법 리스크’ 문제로 나온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의 경우에도 결국 의사가 배상과 공제보험에 의무 가입해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배상액을 보험에서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의사 개인이 보험에 가입해서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에 과연 의사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했는지 의문이며 이런 의대 증원과 패키지는 없는 게 낫다.”
-의대 증원 ‘말장난’이라고 보는 이유는.
“일단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후퇴’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 자체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발언인지 궁금하다.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 씩 늘린 후 의대 입학생을 매년 5058명씩 뽑자는 정부 주장도 궤변이다.석열 대통령은 ’1977년 건보 도입 이래 우리나라 GDP는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한 반면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하더라. 말도 안 된다. 반대로 의사 수도 의료비 증가에 비례해서 또는 국민소득 증가에 비례해서 100~500배 증가했어야한다는 것인가. 당시 대비 인구 수가 1.45배 늘어날 때 의사 수는 7배 늘어났으니까 의사 수 증가가 인구 증가보다 5배나 더 많다. 뿐만 아니라 ’법률서비스는 양질·의료서비스는 후퇴했다며 변호사 수가 58명에서 1725명으로 30배나 늘어나서 지방에서도 변호사 서비스 받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숫자 놀음이다. 변호사는 교육이나 개업할 때 책상과 의자만 있으면 된다. 의사는 교육이나 의료서비스에 막대한 인프라·장비·인력·시설 투자가 필요한데 어찌 의사 증원과 변호사 증원을 똑 같이 생각할 수 있는지 황당하다.”
-20일 정부가 범의료계 타협 없이 강행한 의대 증원 어떻게 보시는가.
“끝까지 '200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며 대한민국 의료를 파멸로 몰고 가는 대통령과 정부이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비수도권 의대 27곳에 한 명 단위까지 억지로 꿰맞추어서 2000이라는 숫자를 꽉 채운 의대 할당 학생 수를 보면서 대통령의 2000이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 배경이 미스테리다. 32개 의대에 정확하게 2000명을 증원한 정부는 현장을 떠난 학생과 전공의의 퇴로는 막혔고, 필수의료는 물론이고 의료계 전체가 아예 한 방에 날아갔다. 현장을 떠나 있는 학생들·전공의들의 어려움도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다. 대통령이 의대 증원 2000명을 무슨 만고불변의 법칙처럼 단 한 명도 건드릴 수 없다고 고집한다면 어떠한 대화도 불가하다. 더 늦기 전에 과학적·객관적 증거에 의한 인식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배일러대학병원 소아과 전공의 △텍사스 심장병원 소아심장 임상 조교수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심장과 의사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 △울산대 의과대학 학장 △국립보건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센터장 △제26대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송파구갑·새누리당) △제20대 국회의원(서울 송파구갑·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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