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 빼돌리기’ 야당 주장 설득력 없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국방장관의 권한 행사로 보는 게 지배적 견해
민주당 ‘채 상병 진상’보다 총선 승리 노림수
국민의힘 사실 직시해 ‘당·정 충돌’ 자제하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1 00:02:02

정치는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 물론 진실이 묻혀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등을 언급한 사실이 논란에 휩싸인 지 엿새 만이다.

문제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던 이종섭 주(駐)호주 대사 부임 논란이 당·정 간 충돌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수도권 출마자들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한 것은 범인 빼돌리기라며 대통령을 겨냥하고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범인 빼돌리기’라는 주장이 맞는 걸까. 이 대사는 수사가 진행 중인 4일 호주대사로 공식 임명됐고 사흘 뒤 공수처에서 조사받았다. 다음 날 출국금지 조처가 해제되면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호주는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와 ‘2＋2’(외교·국방장관) 회의를 하는 유일한 국가로 중요한 안보 파트너국이다. 이러니 ‘이 대사를 일부러 나라 밖으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야당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대사는 결코 숨을 수 없는 공식 직위다. 출입국 기록이 모두 공개되고 거주지도 공관이며 공개 무대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수사 회피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사를 받는 와중에 대사 임명을 굳이 강행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그렇다. 이 대사는 언제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잖아도 호주를 비롯해 주요 방산 협력 대상국인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25일부터 예정돼 있어 이 대사가 귀국길에 있다고 여권은 밝혔다. 재외 공관장 회의 때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다.

상당수 법조인들은 “제기된 의혹 내용으로 볼 때 이 대사의 자료 회수를 직권남용으로 인정하긴 어렵다는 견해다.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권한을 가진 공직자가 그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사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조사 자료를 회수하게 한 것은 국방장관의 권한 행사로 볼 수 있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를 방해해야 직권남용의 혐의가 성립되는데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수사권은 해병대 수사단이 아니라 경찰에 있고, 자료 회수가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종섭 대사가 직권 남용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법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본래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의 관할권은 군사법원에 있기에 군 경찰과 군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그런데 국회가 2021년 군사법원법을 개정해 사망사건과 성범죄의 관할권을 민간 법원으로 이관시켰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은 그 후에 발생한 사건이라서 이제 군에는 수사권이 없다. 그런데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은 법이 바뀌었는데도 자신의 조사 행위를 여전히 수사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직무유기’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 고발 후 공수처는 6개월간 이 대사 등 주요 피고발인을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올해 1월 처음으로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최근까지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보다 총선 승리를 노리고 진실왜곡을 통해 정치적 이용을 하려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도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해 ‘당·정 충돌’을 자제하길 촉구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