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사교육비 27조 ‘공교육 활성화’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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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증가한 사교육비… 저출생 해결 요원
부모 경제력 따라 사교육비 지출 불균형 심화
결국 공교육의 경쟁력 높이는 정책 개발이 답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9 00:02:02

지난해 지출된 사교육비가 27조 원을 넘어서며 3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3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27조1000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5% 증가해 1조2000억 원이 더 늘어났다. 이런 통계라면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일면서 학부모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수는 528만 명에서 521만 명으로 줄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27조1000억 원이고 여기에 N수생 17만 명의 학원비 3조 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무려 30조 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향후 국가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실제로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2015~2022년의 저출생 현상 원인 중 약 26%가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한다고 한다.

2022년 0.78명이던 합계출생률이 2023년에는 0.72명으로 더 낮아진 데 이어 올해는 0.6명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것도 높은 사교육비가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생률이 꼴찌인 동시에 세계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다는 두 가지 사실은 출생률과 사교육비 부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추정케 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사교육비의 양극화, 즉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 자녀에게 투자하는 사교육비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월평균 소득 3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57.2%이며 월평균 18만3000원이 사교육비로 지출됐다. 이에 비해 소득 800만 원 이상 가정은 사교육 참여율 87.9%에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1000원이었다. 사교육 분야에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 격차가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해 정부가 수능 킬러문항 배제라는 결단적 방침을 밝힌 것은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물론 수십 년간 누적돼 온 사교육 문제가 1년도 안 돼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조금이라도 실효성을 거두는 기미가 보여야 할 텐데 오히려 사교육비 증가라는 반대 현상으로 나타난 데 대해서는 그 원인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사교육비를 전년 대비 6.9% 줄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늘었다.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39만9375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36만3641원) 대비 9.8% 증가한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세 배에 가깝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고 했던 정부의 약속이 무위에 그친 것이다.

초·중·고생 중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고교생이고, 그중에서도 고3이 고1·고2보다 높았다. 교육 현장에서는 그 이유를 킬러문항 배제 등 수능 출제 기조의 급변이라고 본다. 지난해 6월 새로운 수능 출제 방식이 발표되면서 불안해진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킬러문항 배제 등은 수능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교육철학의 소신을 바로 세우고 지켜 나가는 동시에 공교육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의 발 빠른 대처를 공교육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을 불식시킬 현명한 대안이 신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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