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정부 국기문란 ‘통계 마사지’ 엄중히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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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차례나 조작한 고위인사 11명 무더기 기소
수치 마음에 안 들면 한국부동산원 압박 조작
정부 입맛대로 통계 조작 초유 사태 단죄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8 00:02:02

주요 국가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통계청 관계자 11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 정부의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국가통계는 정확성과 중립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문 정부 고위 인사들이 통계조작에 가담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민의 배신감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 발표를 종합해 보면 청와대가 장기간에 걸쳐 통계 조작과 왜곡을 주도한 것은 정권에 불리한 실책을 감추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무려 125차례에 걸쳐 당시 집값 지표인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이 조작됐다. 집값이 실제보다 안정된 것으로 보이도록 함으로써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다.

특히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이나 21대 총선 등 정권 차원의 홍보가 필요한 경우를 비롯해 2020년에 부동산대책을 잇따라 발표한 이후 정권 평가에 유리하도록 통계가 조작됐다. 주택가격 변동률이 주 3차례 대통령비서실에 보고되면서 사전검열체제가 이뤄졌고 보고된 수치가 청와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조작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통계법에 따라 통계자료의 공표 전 제공, 즉 사전검열은 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어겼을 뿐 아니라 내용까지 조작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통계에 손을 댄 이유는 뻔하다. 통계 숫자가 모두 문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시장을 왜곡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밀어붙인 고용정책 등은 모두 주류 경제학에서 부작용을 경고했던 정책들이다. 이 정책들이 모두 실패라는 걸 보여 주는 현실을 덮고자 문 정부는 정책의 성적표인 통계를 조작했던 것이다.

국가통계란 국가 정책의 실효성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의 지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그런데 오로지 정권의 실책을 감추기 위해 통계 수치를 ‘마사지’한 것은 엄연한 국기문란이다. 이에 책임있는 자들을 엄중히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조작과 왜곡이 이뤄진 과정을 보면 청와대의 노골적인 개입에 기가 찰 노릇이다. 문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한국부동산원이 작성하는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높게 나타났다. 그러자 이를 불법적으로 사전 검열한 후 “확정치를 낮추라”거나 “장관님이 보합은 안 된다고 한다”는 등 구체적 지시를 내려 125차례나 조작했다고 한다. 고용 통계 조작도 마찬가지다. 통계수치가 정부 정책 의도와 반대로 비정규직이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자 “통계 방식의 변화로 전년과 비교할 수 없다”는 억지변명으로 이를 은폐했다. 말 많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 소득 불평등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통계가 나왔는데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평등이 개선됐다”며 엉뚱한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자서전에서 19세기 영국 수상이었던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다음과 같은 명언을 인용했다.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이는 숫자를 통해 현실을 재단하는 통계를 작성함에 있어 쉽사리 조작 유혹에 빠질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뜻이다.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성적표를 위조해 국민을 기만한 죄는 매우 무겁다. 다시는 어떤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히 다스려야 한다. 이 초유의 사태에 기소된 11명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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