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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사랑. 서방바위와 각시바위는 오랜 세월 서로 떨어져 그리워하다가 천 년 만에 다시 만났네. 천 년 만에 다시 만난 서방바위 각시바위는 전생에 너무 사랑해서 이생에 다시 만나 영혼 사랑 서약식을 하였네. 서방님과 각시님의 일편단심 영혼사랑 사랑문을 통과하면서 부처님 전 허락하에 영혼의 사랑 서약을 하였네. 서방님과 각시님이 사랑길을 걸으면서 천 년사랑 탄생했네.”
전북 임실 삼계면에 자리한 약천사에서 천일 기도를 드리던 무심스님, 서방바위와 각시바위를 보고 영원불멸한 ‘천년 사랑’을 떠올렸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인내와 기다림’으로 본 것이다. ‘천년 사랑’은 시집이 됐다. 지난해 12월15일 출간된 시집은 ‘서방바위와 각시바위의 천년사랑'이라는’라는 제목으로 ‘88편의 시’를 품고 출간됐다.
시를 쓰는 비구니 스님은 불교계에서도 매우 낯설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한 무심스님은 월간 ‘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이후 △전북도민일보 비전창조아카데미 제3기 우수상 △제11회 대한민국 다문화예술대상(불교 부문 대상)△제21회 문학세계문학상 명상시 부문 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의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불가의 길에 선 무심스님은 25년 간 약천사 주지로서 출가 후 평생을 참선과 수행에 힘썼다. 5년 동안 약천사 포교당 주지로 불사를 이끌고 있다.
무심스님에게 ‘시’는 ‘운명’을 넘어선 ‘숙명’이었다. 산사에서 천일기도로 용맹정진(勇猛精進)하며 수행에 수행을 거듭할수록 무심스님에게는 자연과 삶에 대한 영원한 사랑이 ‘시상’으로 멤돌았다. 기도의 결과였다. 펜을 들었다. 속세에서 나올 수 없었던 자연과 합일화한 평화와 깨달음의 언어들이 한 줄 한 줄 빛을 발하며 그의 손 마디 마디를 통해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무심 스님은 말한다. “내 시는 수행의 결과이며, 구도의 방편이고 대기설법입니다. 부처님의 법문입니다.”
-시를 왜 쓰게 되셨나요.
“산 속에서 속세와 등을 지고 하늘과 땅이라는 자연을 맞대어 깨달음을 위한 기도를 드리다 보면, 새 소리도 들리고 바람 소리도 들립니다. 속세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와 감각들이 있어요. 그 감각의 순간 속에서 시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시상들을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그 글들이 시가 됐어요. 평안과 평화에서 나온 시의 언어들이 속세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을 보고, 시상의 순간들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제 시의 근거는 저의 공간, 숲과 바람과 자연 속의 ‘생명’ 그 자체입니다. 현재에도 저의 시는 기록되고 있으며 펜은 멈춤을 모르고 있습니다.”
- 스님으로서 보는 ‘시의 세계’를 설명해주세요.
“‘천년 사랑’이 나온 각시바위만 해도 경치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병풍바위가 둘러싸여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지요. 귀한 바위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있어요. 산삼물이라고도 하는데, 그 물을 먹고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모든 게 편안한 상황에서 수행도량으로서 보는 세상을 담은 언어들이 결국 시어의 생명을 얻었습니다.”
-책 제목 ‘서방바위와 각시바위의 천년사랑’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리 절에 고려시대 옥천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수도 선승이 100명 정도 있었습니다. 이곳에 일목 대사가 계셨죠. 그분은 100명의 수도승을 거느리면서 수행하는 도량(道場)인데, 어느 날 한 보살님(여성 신도)이 이곳의 스님을 보고 첫눈에 반해 결혼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자 일목 대사님이 ‘너희는 결혼과 동시에 바위가 되는데 그래도 하겠느냐’고 했는데도 두 분이 결혼했습니다. 결혼하는 순간, 하늘에서 내성 벼락이 치면서 서방바위 각시바위가 만들어졌는데요. 그때부터 서방바위 각시바위는 서로 마주 보면서 천 년을 버티고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으로 속세를 바라보시면 어떠세요.
“대자연의 약천사에서 받는 맑은 정기와 자연의 기운에 힘입어 시상을 써 왔습니다. 가끔 올라오는 속세의 현실을 보면 사람들이 왜 몸과 맘이 아프고 지치는지 알 수 있어요. 자연의 소리와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서 저도 가끔 불안의 혼돈 속에 빠져듭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마음은 끊임없이 욕심을 부립니다. 현재 ‘생명’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서 완벽하고 완전합니다. 평가를 받을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 이 순간을 자연의 흐름과 같이 즐기고 온전히 느끼십시오. 머무르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하루를 기도와 감사의 마음으로 보냈으면 합니다. 그것이 구도(求道)와 수행의 길입니다.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십시오. 영육의 강건은 이와 같은 참선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규칙적으로 명상을 해보세요. ”
-시집에는 자연 뿐만 아니라, 호국영령을 기리는 시를 많이 쓰셨어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내 마음 속 구도정진(求道精進)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수행자로서 세상의 모든 생명이 내 몸과 마음과 하나라는 마음으로 삽니다. 그 중심에 애국이 있다고 봅니다. 세상 모든 일에 순리가 있음에도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나라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후세를 위해 고통과 절망을 버텨가며 국가를 위해 힘을 쓴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건 또 하나의 수행입니다. 그들의 혼과 기운으로 우리의 존재가 가능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호국시가 있다면 한 편 읊어주시죠.
“호국영령님이시여. 피와 땀 총으로 나라를 지켜주신 순국선열이시여. 대한민국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이 호국영령님의 희생정신으로 평화롭게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 목숨 바친 호국영령님이시여. 한줌의 흙으로 돌아오신 호국영령님이시여. 넋이여 넋이여. 슬프도다 슬프도다. 아직 꽃도 피우지 못하고 총과 포탄으로 쓰러진 꽃다운 청춘이여. 현충원에 모신 것이여. 고이 잠드소서.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순결한 영혼이시여. 차디찬 바닥 위에서 한줌 흙이 되신 젊은 영혼이시여. 꽃다운 청춘 누려보지도 못하고 그리운 부모형제를 뒤로 하고 산화하신 영웅들이시여. 왕생극락 발원 드립니다.”
-박정이(예비역 육군 대장) 장군님이 추천사도 써주셨고 시집 중간 중간 함께 한 사진도 보입니다. 인연이 궁금합니다.
“네. 맞아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박 장군님이 국군예비역불자연합회장 하실 당시에 두 달에 한번씩 호국불교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당시 호국불교포럼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인연을 맺게된 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는 손수 추천사까지 써주셨습니다. 부끄럽지만, 박 장군님 추천사를 소개합니다. ‘그 어떤 것에도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추호의 양보도 없이 붓을 들어 자기의 마음을 속속들이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감동되었다 하면 순간적으로 시상으로 승화시키는 솜씨를 발휘해 내고야 맙니다. 이것이 그가 지니고 있는 창작생리이자 멈추지 않는 그의 열정입니다.’ ‘그의 시에는 구김살이 없고 윤기가 흐르며 생명력이 약동합니다. 우리들의 감동을 불러내는 힘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을 만나게 하고 깊게 인생을 사유하게 합니다. 그의 글에서 진한 청정한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동행에 진심으로 감사드릴 뿐입니다.”
프로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학과 졸업
△월간 『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전북도민일보 비전창조아카데미 제3기 우수상
△제11회 대한민국 다문화예술대상(불교 부문 대상)
△제21회 문학세계문학상 명상시 부문 우수작품상
△사단법인 세계문인협회 이사
△국제 pen전북본부 전북 지역 이사
△부산 문학이사
△약천사 주지(25년)
△약천사 포교당 주지(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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