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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극장 2곳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127곳에서 상영하게 된 것이다. 100곳 이상 배급을 따내려면 홍보비로 보통 5억 원은 써야 한다. ‘기적의 시작’은 홍보에 1000만 원가량 들었다. 한국 영화 역사에 전무한 일이다. 진짜 기적이 일어났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 영화 ‘기적의 시작’을 연출한 퓨어웨이 픽쳐스 권순도 감독은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영화가 22일부터 전국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는 것을 두고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본 것이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이승만 신드롬’ 에 지난달 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상영 여부를 직접 물었다는 권 감독. 그는 “CGV는 즉각 답을 줬고 메가박스는 함구하더니 지난주에 같이하자 했다”며 “상영관 수를 각각 60개가량 줘서 합하니 127곳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갑작스럽게 상영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지난 주말 내내 옴싹달싹 못한 채로 외장하드에 영상을 하나하나 담는 작업을 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을 정도다”고 했다. 영화 제목처럼 ‘기적’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해 10월26일 국회 시사회를 처음으로 가지면서 개봉 첫발을 뗀 ‘기적의 시작’은 개봉 당시만 해도 ‘정치 영화’ 그것도 ‘우파 영화’라는 오해 속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서울 종로3가 허리우드극장과 신촌 필름포럼 상영관에서 상영했다. 이후 기독교계의 호응을 받아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에서 순회 상영을 했다. 상영 장소는 △소망교회 △서울대학 트루스포럼 △프레스센터 △각 지역 교회 △대구 도태우 변호사 사무실 등이었다. 총 관람객은 7000여 명. 권 감독은 “저예산 영화라 후원도 협찬도 많이 없었던 상황에서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다”고 했다.
그는 “김덕영 감독과 인적 교류도 없었고 영화 제작 과정에서 만난 적도 없다. 사적으로 한 번 봤다. 다큐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해서 굉장히 놀랐다. 우파 영화 흥행이 쉽지 않은데 80만까지 그러모을지 전혀 몰랐다. 홍보가 뛰어났다고 본다. ‘건국전쟁’은 시사회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 감독에게서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2003년 전역 직후부터 권 감독과 이 대통령의 인연이 시작됐다. 발단은 부친의 권유. 고교 시절부터 영화 연출을 시작한 그에게 “이승만을 알리는 영화를 제작하라”고 권한 것이다. 순순히 이에 따른 권 감독은 20여 년 동안 이 대통령 관련 기록과 증언자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81분짜리 필름은 오롯이 이승만 대통령의 ‘나라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권 감독은 “미국 명문 대학교 박사학위를 가진 그는 만 73세, 은퇴할 나이에, 쉬어도 부족한 그 시간에 한국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하고 싶어했다. 오롯이 한국에 대한 사랑밖에 없던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영화는 이 대통령의 출생에서 시작해 해방 이후의 행적을 주로 보여 준다. 청년기의 독립운동과 이후 미국 생활 및 건국 과정, 6·25 전쟁 등을 관통하는 일련의 장면들을 통해 ‘친일파’ ‘학살자’ ‘매국노’라는 오명 뒤에 있는 이 대통령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화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 한강대교 폭파 후 도망쳤다던 ‘런승만’,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등 이 대통령 행적의 진실을 찾아가는 게 ‘건국 전쟁’이라면 ‘기적의 시작’은 이 대통령의 삶 전체를 조망하는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권 감독은 “두 영화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건국전쟁’은 주로 이승만을 연구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실었다면, 제 영화는 이승만을 만났던 사람들, 이승만과 실제 삶을 나눴던 이들에 초점을 맞췄다. 책상에서 이승만을 연구한 이들이 본 시각과, 삶의 현장에서 그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본 시각은 같지만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백선엽 장군·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냈던 황장엽 선생·여러 예비역 장성 등 이제는 작고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이 영화에 담겨 있다.
특히 지난 해 11월 별세한 이인수 박사의 마지막 인터뷰는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권 감독은 약속을 해 놓고도 이 박사의 건강 상태 때문에 번번이 인터뷰를 미뤄야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화장을 방문했고 그때 마침 건강이 호전된 이 박사를 만나 그의 혼신의 힘을 다한 증언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 박사의 생전 마지막 모습은 그렇게 아버지 이 대통령을 기리는 모습으로 ‘기적의 시작’의 핵심이 됐다.
무엇보다 권 감독은 백선엽 장군을 다각도로 카메라에 담아 내며 그에 관한 희귀 영상도 관객에게 소개했다. 백 장군의 전·후방 전투 현장을 함께 다니며 밀착 취재했다. 6·25 전쟁 당시 미군과 함께 북진해 평양까지 수복했던 백 장군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평양 수복을 두고 ‘평양에도 자유가 왔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자유의 가치’를 가장 높게 봤다.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은 국민배우 임동진 목사의 연기다.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자문위원까지 맡은 임 목사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진에게서 ‘가슴으로 연기해 달라’는 말을 듣고 너무나도 송구했으나 시도했다”며 “3.15 부정선거는 이기붕을 부통령 만들려는 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이 대통령과 관계도 없었는데 4·19혁명이 일어나자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하야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건국 대통령으로서 이 대통령이 없었다면 우리가 오늘의 번영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임 목사와 직접 호흡을 맞춘 권 감독도 “끝까지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아버지의 마음·나라 사랑·열정이 없었으면 지금의 한국은 결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관객이 부디 ‘나라 사랑’의 참뜻을 영화를 통해 이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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