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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웰다잉’ 입법 움직임… 안락사·존엄사 논란(下-전망)
‘웰다잉법’ 놓고 찬반 논란… “시기상조” vs “국민 지지 높아”
안규백 의원, 지난달 16일 조력 존엄사법 발의
웰다잉 문화 정착이 먼저… 조력존엄사 논의 섣불러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진지한 사회적 논의 필요해”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11 00:05:00
▲ 최근 국회에서 연명 치료 중단을 넘어 환자가 죽을 시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며 존엄사 안락사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안락사를 두고 국회에서 입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회가 21대 후반기 원 구성을 마치고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게 되면 ‘조력 존엄사’ 관련 법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변화는 쉽지 않겠지만 이번 법안 발의가 품위 있는 ‘죽음(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명치료 중단 넘어 환자 결정권 부여 법안 추진
 
지난달 16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자 명단에는 안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11명, 국민의힘 의원 1명 등 총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존엄사 및 안락사와 관련한 입법 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후 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연명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착용·수혈·혈압상승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을 가리키며 치료 효과없이 임종까지의 기간만 연장된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넘어 환자가 죽을 시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법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임종 과정이 아닌 상태에서도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고, 치료 중단을 넘어 약물 투여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조력 존엄사’는 견뎌내기 힘든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들이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짓는 것을 말한다. 의사가 약물을 준비하면 환자 자신이 그 약물을 주입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영어로는 ‘Physician-Assisted Suicide’, 직역하면 의사 조력 자살이다. 의사가 약물을 직접 환자에게 투여하는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말기 환자여야 한다. 두 번째는 참기 어려운 수준의 고통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환자 본인이 담당의사와 전문의 2명에게 조력 존엄사를 하겠다고 요청해야 한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의 심사도 거쳐야 한다.
 
안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80%가량의 성인들이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답하는 등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임종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본인의 의사로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의원은 이어 “조력 존엄사 등 안락사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진 만큼 국회에서 깊이 논의해 제대로 된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 콜롬비아 칼리에 사는 빅토르 에스코바르가 2022년 1월7일(현지시간) 안락사 시행 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스코바르는 뇌졸중으로 몸의 절반이 마비됐고, 이후 만성폐쇄성폐질환·고혈압·당뇨 등을 앓으며 10년 이상 인공호흡장치와 약에 의존해왔다. [사진=뉴시스]
  
앞서 연명의료결정법도 법 제정 과정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거친 바 있다. 1997년 서울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로 기소된 이후 18년만의 일이었다.
 
이번 법안 발의에 따라 법 개정을 지지하는 측과 종교계 등 반대 측의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찬성 측은 극심한 고통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죽음을 권리로 보장해 달라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웰다잉 문화 정착이 먼저… 조력존엄사 논의 섣불러
 
‘조력 존엄사’ 문제는 우리 만이 아닌 세계적으로도 논쟁적인 사안이다. 영국의 경우 조력 존엄사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벨기에·스위스·캐나다·미국의 일부 주는 허용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2월9일 열린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과 함께 해야 하지만 죽음을 유발하거나 자살을 돕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의 안락사 찬성 여론에 대해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의 4명 중 3명(약 75%)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많은 사람이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것이다.
 
웰다잉을 준비하는 제도로 ‘호스피스제도’나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있지만 여론과는 달리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말기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고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국내 호스피스 병동 이용률은 암 환자 기준 23%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 역시 약 130만명으로 성인 인구의 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영국은 호스피스 병동 이용률이 무려 95%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는 한 TV인터뷰에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호스피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지만 현재 병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수익성이 낮은 호스피스 병동 지원을 위해 국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정책과 제도 논의를 통해 보다 넓은 의미의 웰다잉을 준비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의료진의 도움으로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 바젤까지 온 영국 출신 104세 호주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2018년 5월7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전문가들은 조력 존엄사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단순히 찬성과 반대에 얽매인 논쟁으로만 흘러 자칫 사회적 갈등만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법제화하기보다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 체계 안에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황민섭 서울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락사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과거에 비해 동의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신이 직접 죽음을 결정하고 약물을 투여한다든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택하는 그런 제도가 더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약간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운영 중인 연명의료 중단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범주 안에서도 우리가 개인의 죽음에 대해 어떤 의사결정권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장치 또는 제도를 갖고 있다”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문제점들을 감내하면서까지 여론조사 찬반으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법제화한다는 것으로 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 실장은 이밖에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웰다잉 정책들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보통 지자체나 중앙정부 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웰다잉 정책들을 보면 너무 비슷하다”며 “대부분 정책들이 노인들한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육적인 측면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생명에 대한 소중함,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들 이런 부분들을 공교육 속에 집어넣어서 어릴 때부터 우리 국민들, 시민들이 죽음에 대해 인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우리가 원하는 사회적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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