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는 기성 정치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실망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정치권도 이를 계기로 변화와 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20~40대 젊은 층과의 소통에 힘을 쓰겠다고 밝혔고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쇄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내 혁신 성향의 초선 의원들 모임인 ‘민본21’은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게 ‘대대적 쇄신’과 ‘대 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키로 하는 등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불임정당’이란 오명을 남긴 민주당은 야권 통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제시한 12월 18일 이전 통합전당대회 제안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환영을 표하면서 야권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 보이지만 민주당 내 반발 역시 커지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개혁을 위한 기성 정치권의 이런 노력들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여·야가 바뀌면서 한·미 FTA와 관련한 입장을 180도로 바꾸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고, 선거에서 지면 쇄신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매번 용두사미로 끝나는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거짓말도 신물이 나고,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 정당들이 야권통합을 만병통치약처럼 떠드는 꼴도 신통치 못하게 비춰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거 이후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당내 쇄신 요구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도부 교체가 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 말을 ‘어떻게 된 대표인데 선거 한 번 졌다고 물러날 순 없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이유는 재보선 결과에 대해 “진 것이 아니다.”란 홍 대표의 말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서 ‘쇄신은 물 건너갔구나’를 느끼는 것이다.
야당도 다를 바 없다.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두고 국민투표를 들먹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나 ‘그 제안은 유시민 대표가 먼저 한 것’이라며 저작권을 주장하는 국민참여당을 보면서 국민들은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고 매번 선거로 결판내려한다면 나라 망하겠다’라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 정부 때 조속 처리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국민투표를 들먹이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그 와중에 저작권 주장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또한 한·미 FTA비준 처리를 두고 ‘야당의 머릿속에 국익은 더 이상 없는 모양’이라고 비판하는 한나라당과 ‘주특기인 강행처리 조차 일사불란하게 못하는 한심한 공룡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이라는 민주당의 반격을 보면서 국민들은 그들이 말하는 국익이란 것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근심의 요체는 ‘아마추어들에게 정치를 맡기자니 나라를 실험장으로 만들면 어쩌나 고민되고 기성 정치권은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란 점과 ‘대선 때마다 대안으로 출범하는 신당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懷疑’)를 들 수 있다.
이렇듯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정치권의 소통 능력 부재를 들 수 있다. 소통이란 대화를 통해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다. 공감이 있는 소통은 연대감을 심어주고 창조적 변화를 이끌어 낸다. 진정한 소통은 입이 아닌 귀에서, 말이 아닌 마음에서 출발한다.
당 내 쇄신을 두고 이전투구를 하는 한나라당이나 야권연대가 만병통치약인양 떠드는 민주당 등 야권은 더 이상 감언이설로 국민을 속이려들지 말고 공감을 동반한 진정한 소통을 통해 등 돌린 민심을 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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