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가 좋은 이유는 커피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음료고 음식이지만, 다른 음식과의 궁합도 상당히 좋은 ‘상생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커피는 와인이나 맥주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와인과 맥주, 커피는 단독적으로 마실 때도 그 진가가 솔직하게 드러나지만 때로는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영양학적으로 서로 보완이 되는 부분도 있고, 맛에 있어서도 함께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간혹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조합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일단 맛에 있어서 커피와 가장 어울리는 음식은 유제품이다. 우유를 커피에 넣어서 만든 새로운 조합은 그 자체로도 커피 메뉴가 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 따로 사이드 메뉴로 만들어 곁들여도 훌륭한 조합을 이룬다.
우유 생크림을 커피 아메리카노에 얹으면, 아인슈패너라는 메뉴가 된다. 흔히 말하는 비엔나 커피가 그것이다. 커피의 쌉살한 맛과 생크림의 진하고 고소하고 풍부한 바디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맛이 된다.
커피는 버터,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커피에 버터를 넣어서 버터 커피로 마시는 경우도 있으며, (고칼로리라는 부작용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버터를 넣어서 만든 빵이나 음식과의 궁합도 가히 환상적이다. 커피는 음식의 느끼한 맛을 잡아 식감을 높여주며, 버터는 커피 자체에 있을 수도 있는 부정적인 맛을 감춰 준다.
치즈도 마찬가지다. 치즈의 경우는 지방성분만 있는 게 아니라, 지방과 단백질, 약간의 소금기까지 곁들여지기 때문에 쓴 맛보다는 산미가 있는 커피와 잘 어울린다. 단, 여기에서의 커피는 아메리카노나 핸드드립 같은 부재료 무첨가 커피를 말하는 것이다.
쓴 맛이 강한 아메리카노는 단맛이 곁들여진 음식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넣는 방법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지만, 아메리카노에 달달한 과자 또는 케이크를 곁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커피와 초콜릿은 본인들도 모르는 소울메이트다. 두 가지를 섞어서 여러 메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초콜릿과 커피는 따로따로 먹기도 한다. 커피라는 말과 초콜릿이라는 말이 모카라는 단어로 통해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커피와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함께 취급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티라미수와 같은 메뉴는 진한 치즈에 달콤 씁쓸한 초콜릿이 만나 만들어지는 디저트니 커피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우유의 고소함이 살아 있는 카페라테나 플랫 화이트는 담백한 떡이나 빵 등과 잘 어울린다. 사이드 메뉴의 담백함을 커피가 보완해 주면서 고소함과 풍부함을 더해 준다. 담백한 음식은 커피의 맛을 해치지 않고 살려 주는 역할을 한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스테이크 같은 지방이 많은 고기류의 음식이나 튀김이 많은 중식류의 음식을 먹고 나면 커피가 당기는 경험을 다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후식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기름진 맛을 달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커피가 지방분해의 기능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지방에 지방을 더하는 아메리카노 보다는 지방성분이 빠진 핸드드립 같은 깔끔한 필터 커피를 권한다.
김밥과 커피를 먹는 경우에도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을 느낄 수 있다. 요즘에는 떡볶이 파는 가게에서도 커피를 취급하고 있으니 어쩌면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생선이나 해물 같은 비린 맛이 있는 음식과 커피는 조금 어려운 조합일 수도 있다. 커피의 종류가 수백, 수천가지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커피 맛을 살려 주기에는 조금 난해한 맛이라고 보여 진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담백하고 정직한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보다는 설탕이나 우유 또는 부재료가 첨가된 커피가 잘 어울릴 수 있다. 믹스커피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음식에 있어서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렇게 커피와 음식의 궁합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지만, 사실 결코 절대적인 것은 없다. 맛이란 것은 주관적인 것이고 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수차례 말해온 바 있다. 필자의 의견은 커피 생활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참고만 하고, 각자가 좋아하는 기호대로 커피와 음식의 마리아주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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