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
준법감시 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을 가동하며 준법·윤리경영에 박차를 가하던 제약업계가 재개된 리베이트 조사로 주춤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현재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경쟁사도 하는 판촉활동을 왜 우리 회사만 못하게 하느냐”는 내부의 CP 반대론이 만만찮다. 또한 “CP 도입은 구색 갖추기일 뿐 리베이트 근절 수단이 못 된다”는 외부의 CP 무용론도 신경 쓰인다. 무엇보다 CP를 도입하면 기업 매출이 오히려 감소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준법·윤리경영 추구 제약기업 앞에 놓인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려면 기업 내부의 강력한 지원과 외부의 우호적 시각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CP에 대한 다섯 가지 인식을 전체 제약산업계가 공유하는 것이다. CP의 실체를 기업 내부의 CP 반대론자와 외부의 CP 무용론자에게 올바로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제약산업에 있어 CP는 무엇인가?
CP 위한 첫걸음…‘반복교육’, ‘실적생산’, ‘자율점검’, ‘공동행동’, ‘필수조건’ 인식 필요
첫째, CP는 ‘반복교육’이다. CP는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철통 방어벽이 절대 아니다.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무한 반복하는 교육 과정일 뿐이다. 기업은 쉽게 망각하고 수시로 입장과 태도를 바꾸는 불완전한 인격체 수백, 수천 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되먹임(Feedback)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노바티스 한국법인이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CP를 운영 중인 제약기업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를 계기로 한국노바티스의 CP 업무는 진일보할 것이다. 보다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며 임직원 교육의 강도와 횟수 역시 강화되고 많아질 것이다.
둘째, CP는 ‘실적생산’이다. CP는 과정의 산물이다. 사내 규범을 임직원에게 공유시키고, 실행하게 하고, 이를 점검하는 과정 과정을 문서로 생산하는 일이다. 아직도 “우리 회사는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된 것 아니냐. CP가 무슨 소용이냐”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어불성설로 교통법규를 모르면서 교통질서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것과 같다. 준법경영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면 리베이트에 대한 타율규제가 이렇게 강화됐겠는가? 제약산업의 준법·윤리경영에서 가장 요구되는 현안 과제는 실적 생산이다. 제약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의 질량은 이 실적 생산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셋째, CP는 ‘자율점검’이다. CP 도입은 의무가 아니다. 누구도 CP 도입 여부를 기업에게 강요할 수 없다. 강요에 의한 CP 도입은 의미도 실익도 없는 비용 낭비일 뿐이다. 기업 스스로 시대적 상황과 사회의 요구를 읽어내고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성장하게 만든다는 확신과 필요에 의해 도입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규범다운 규범이 만들어지고 임직원이 규범에 맞춰 통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준법·윤리경영의 진정성 역시 여기에서 나온다.
넷째, CP는 ‘공동행동’이다. 제약기업마다 CP 도입 시기는 제각각이다. 그런데 CP 선도기업들은 그동안 축적해 온 운영 노하우를 후발기업과 거리낌 없이 공유한다. 선도기업들은 자신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후발기업이 재 반복하지 않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CP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길 바란다. CP는 함께 만든 시장경쟁의 룰을 공동으로 지키는 일이란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아직 CP를 도입하지 않는 제약기업은 하루빨리 CP라는 실체를 갖고 산업계의 공동 행동에 합류해야 한다.
다섯째, CP는 ‘필수조건’이다. 국내에서 리베이트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동안은 리베이트를 하다 적발되면 엄한 처벌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는 혁신형 제약기업 등 정부의 정책우대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앞으로는 기업이 먼저 CP 도입 등을 통해 준법·윤리경영을 입증해야 정책적 우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될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 이미 그렇기 때문이다. CP는 준법·윤리경영의 실체이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쉽을 맺는데 있어 필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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