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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추진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가 낡은 규제체계에 발목이 잡혀 ‘추격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에 따르면 그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전 세계가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에너지 안보의 핵심축으로 삼고 규제 혁신에 나서는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여전히 ‘준비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한국의 SMR은 ‘작은 대형원전’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최 의원은 국감에서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구조·안전 개념이 전혀 다르다”며, 원안위의 경직된 법 해석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SMR은 자연순환 냉각, 모듈화 건설, 피동안전계통 등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원자로로, 기존 경수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기술적 장점이 사라지고 경제성도 떨어진다. 그는 “원안위가 기술혁신의 동반자가 아니라 단순 심사관으로 남는다면, 2028년 표준설계인가 목표는 불가능하다”며 “지금이 규제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비경수로형은 규제 공백 상태…“미국은 이미 건설허가”
부지 선정만 12년…“규제 불확실성 겹치면 도미노 지연”
“원안위, 산업의 동반자 돼야”…구체적 일정 제시 촉구
현재 원안위는 경수로형 SMR을 전제로 한 심사체계조차 완비하지 못했다. 비경수로형 SMR(고온가스로·용융염냉각로·소듐냉각고속로 등)에 대한 인허가 기준은 사실상 전무하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이미 신형 SMR에 대한 건설 라이선스 승인을 마쳤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23년 뉴스케일(NuScale) SMR의 설계인증(DC)을 승인했고,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의 ‘Hermes’, 나투라리소시스(Natura Resources)의 ‘MSR-1’ 등에도 건설허가를 내줬다. 미국은 성능기반 안전 규제를 도입해 비상대응구역(EPZ)을 대형원전의 1/10 수준(200~300m)으로 축소하는 등 SMR 특성에 맞춘 유연한 제도를 정착시켰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SMR 부지선정에는 평균 12년 이상이 걸린다. 규제 기준이 확립되지 않으면 인허가 절차 전체가 예측 불가능해진다. 최 의원은 “부지선정은 주민 수용성, 환경단체 반발 등 복합적 사회 요인이 작용하는데 규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 사업 전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면 2030년대 세계 SMR 시장에서 완전히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의원은 “원안위는 더 이상 ‘준비 중’이라는 말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다”며 △2025년 말까지 별도 SMR 심사지침 확정, △2026년 표준설계인가 신청 전 전담심사체계 완비, △비경수로형 원자로 인허가 기준 마련 등 구체적 일정 제시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규제를 기술 촉진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한국 원안위도 산업의 발목을 잡는 기관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육성하는 ‘규제 파트너’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두 의원은 “SMR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기술주권이 걸린 국가 전략 산업”이라며 “규제 혁신에 실패하면 우리는 다시 원전 추격국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운명을 가를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와 원안위가 국가 경쟁력의 시험대 앞에 서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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