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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원을 들여 도입한 국군 의무후송전용헬기 ‘메디온(KUH-1M)’이 사실상 ‘지상 대기’ 상태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동 횟수는 같은 지역의 소방헬기 절반도 되지 않아 운용 효율성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군의무사령부와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당 263억 원을 들여 도입한 메디온 헬기 8대의 지난해 출동 횟수는 89회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0.24회로 3일에 한 번 꼴로 출동한 셈이다. 올해 역시 143회(일 평균 0.39회)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의무후송항공대가 위치한 경기 용인시의 경기도 119특수대응단 소속 소방헬기 2대는 2023년 한 해 동안 296회 출동해 메디온의 세 배가 넘는 응급환자를 이송했다. 최근 5년간 출동 횟수는 4602회로 같은 기간 의무후송항공대의 496회의 약 9배 수준이다.
메디온은 2020년부터 운용된 국군의 대표적 의무후송 전용 헬기로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 후송을 목표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출동 공백이 잦았다. 2024년 5월 강원 속초의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 당시에도 헬기 후송 대신 지상 이송이 이뤄졌다. 국방 환자관리 훈령 제36조가 명시한 '즉각적 헬기 후송'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전 해인 2023년 11월, 강원 홍천 아미산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일병을 구조하기 위해 메디온이 출동했지만 약 한 시간 동안 상공에서 선회만 하다 구조에 실패했고 뒤늦게 출동한 119 소방헬기가 환자를 이송했다. 결국 병사는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했다.
전문성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의무후송항공대에 근무하는 군 조종사 14명 중 비행시간 1000시간을 넘긴 인원은 단 1명뿐이며 실제 후송 임무에 한 번도 투입된 적이 없는 조종사가 5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근속기간이 2년에서 5년 이상인 이들도 포함돼 실전 경험 부재가 구조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전시 의무후송 작전 능력을 높이려면 평시에도 민·관·군 협력을 통해 출동 경험과 환자 구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45만 장병을 위한 응급 후송체계의 핵심 장비가 사실상 장식품처럼 세워져 있다”며 “수천억 원의 혈세로 도입한 헬기를 단순한 ‘보여주기용’이 아닌 실질적 생명 구호 수단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당국과 지자체와의 연계를 강화해 민간 응급환자 후송까지 확대하는 등 헬기의 운용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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