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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오찬 뒤 장 대표와 단독 회동을 했다. 제1야당 대표와의 단독 면담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취임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내란 종식과 변화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대표·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오찬 뒤 장 대표와 단독 회동을 했다. 이번 회동은 ‘내란 특검’ 수사와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 등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성사됐다. 정 대표와 장 대표는 이날 회동에 앞서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정 대표는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사과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며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해 왔지만, 이날은 대통령 주재 자리를 계기로 대화를 재개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기념사진 촬영에서 이 대통령은 “손을 잡고 찍으면 어떨까요? 환영합니다”라고 제안했고, 정 대표와 장 대표는 악수하며 환하게 웃었다. 정 대표가 지난달 초 당대표에 취임한 이후 야당 지도자와 손을 맞잡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장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곧 취임 100일을 맞으시는데 그동안 짐이 무거우셨을 것 같다”며 “그 짐을 여당과 야당과도 함께 나누시면 무게가 덜하지 않겠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취임 100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였다”며 경제와 민생 상황을 집중 지적했다.
그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이 통과됐고, 중대재해처벌법 강력 적용으로 건설 경기가 악화되며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코스피 5000도 허망한 부호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며 “특검의 무리한 수사와 여당의 입법 강행이 계속된다면 국민 불확실성이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특검 연장 법안과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 대표는 끝으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를 끝내고, 함께 사는 정치를 열어달라”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소통 창구를 대통령께서 만들어 달라”고 협치를 요청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이 대통령은 “더 세게 하실 줄 알았다”며 웃음을 지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정청래 “내란 세력 무관용 원칙…개혁은 여야가 함께”
정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대통령 주선으로 장 대표와 악수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peace maker)’라는 표현을 쓴 것을 빗대 “오늘은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가 된 것 같다”고 화답했다. 발언은 곧바로 날카로워졌다.
정 대표는 “우리 국민은 완전한 내란 종식을 바란다”며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내란을 꿈꾸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란에 가담한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하 세력들을 철저히 척결하고, 처벌의 역사를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검찰·언론·사법개혁 등 3대 개혁 과제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과 대안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며 “외교·안보·국방 분야만큼은 여야가 정파적 이익을 넘어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두 대표의 발언을 경청한 뒤 “저는 민주당 출신이지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야당 역시 국민 일부를 대표하는 만큼 그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 통합”이라며 “소통을 통해 오해를 줄이고, 완전한 일치는 어렵더라도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했다. 또 “야당 정치권의 이야기도 최대한 많이 듣고, 국정에 반영하겠다”며 “경쟁하더라도 국가 전체의 이익에 관한 사안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대표를 향해서는 “여당이 더 많이 가지셨으니 조금 더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자,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오찬은 대통령실 연찬장에서 원형 테이블로 마련됐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 대표와 장 대표가 양옆에 자리했으며, 대통령실에서는 우상호 정무수석과 강훈식 비서실장,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민주당에서는 한민수 비서실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에서는 박준태 비서실장과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각각 배석했다.
오찬 메뉴는 해산물 냉채와 토마토 절임, 구운 밤과 타락죽, 민어 사슬적과 어린잎 채소, 한우 살치살 양념구이와 참송이 버섯, 비빔밥과 배추 된장국, 신선한 과일과 화전까지 한식과 서양식을 두루 갖췄다.
오찬은 약 25분간 공개된 뒤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이후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우상호 정무수석과 박준태 비서실장만 배석한 가운데 별도 단독 회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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