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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데이터와 언어 중심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이 혁신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현실 세계와 직접 결합한 ‘피지컬 A.I.’가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판가름할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제조, 의료, 물류, 국방 등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A.I.가 인간의 ‘두뇌’를 보완했다면, 피지컬 A.I.는 우리의 ‘손발’을 대체하고 확장한다. 이처럼 피지컬 A.I.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난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
피지컬 A.I.는 지능화된 물리적 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한다. 나노 단위의 정밀 조립을 수행하는 로봇팔, 실시간으로 생산 라인을 연결하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 외과 의사의 손을 대신해 수술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의료 로봇 등은 모두 피지컬 A.I.의 핵심적인 예시다. 이 시스템들은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함으로써 물리적 세계에서의 작업을 자동화하고 효율화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피지컬 A.I.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핵심 산업은 미세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 생산 공정이 요구되는데, 이는 인간의 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피지컬 A.I.를 결합한 지능형 자동화만이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피지컬 A.I.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독거노인을 위한 반려 로봇,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는 돌봄 로봇 등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아직 선진국들과의 격차가 크다. 하드웨어 제작 기술, 센서의 정밀도, 자율 제어 알고리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생태계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의료, 돌봄 로봇의 경우 안전성 검증 규제가 상용화를 지연시키고 있고, 물류 및 제조 로봇은 산업 현장의 표준화 부재로 확산이 더딘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 투자와 산업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첫째, 피지컬 A.I.를 단순 로봇 산업의 하위 분야가 아닌, 차세대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둘째,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R&D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술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셋째,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실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피지컬 A.I.는 단순히 로봇 한 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인간의 삶과 산업을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물리적 지능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는 산업 효율화, 사회적 복지 강화, 그리고 국가 안보의 미래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선택을 미룬다면,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이다. 반대로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다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A.I. 시대에 이어 피지컬 A.I. 시대에도 산업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제 피지컬 A.I.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고, 미래를 향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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