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유지되면서 국가채무 이자부담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년 연속 이어진 세수 결손에 따른 적자로 인해 국채 발행이 늘어난 데 더해 고금리 상황이 맞물리면서 재정운용의 제약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공개한 2024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이자지출은 28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예산(26조9천억원)보다 1조3천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20년 이자지출액(15조6천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12조7천억원이 늘어나며 약 81% 급증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대폭 늘어난 데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도 확대됐다. 2024회계연도 결산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104조8천억원을 기록했으며, 2025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는 △111조6천억원(GDP 대비 △4.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4.1%)보다 더 악화된 수치다. 국가채무 역시 1,301조9천억원으로 GDP 대비 49.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의 질적 악화도 뚜렷하다. 조세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의 비중은 2019년 56.4%에서 2024년 69.4%로 치솟았다. 금융성 채무(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를 줄이고, 일반회계 적자 보전용 국고채 발행을 늘린 결과다. 결국 국민이 직접 상환 부담을 떠안을 채무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채 이자지출은 2024년 결산액을 감안할 때 3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관리가 요구된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이자 등까지 합치면 증가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가운데, 전년 대비 5.9%만 이자부담이 늘어도 3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자지출은 의무지출 성격을 띠고 있어, 이자부담이 커지면 복지나 투자사업 등 재량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됐다.

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가 재정 악화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국회예산정책처 장기재정전망(2025~2072년)에 따르면, 복지 분야 의무 지출이 급증하면서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장성기금은 2040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며, 2072년 국가채무는 7,303조6천억원(GDP 대비 173.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실효적인 재정운용 목표 설정과 적자성 채무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제언이다. 특히 세계잉여금 활용, 조세 지출 관리, 국가채무 범위 확대 등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통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