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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유럽 사례를 벤치마킹해 주택진흥기금을 조성, 민간 투자 유도와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다. 이를 통해 연 2500가구 추가 공급이 목표지만 기금의 재원 조달 방식과 운용 계획은 불투명하다. 민관 협력 구조의 책임성과 경제성 등 제도 설계 미비가 기금 실효성의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17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10년간 2조 원 규모의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조성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서 “용적률 완화 등 도시계획적 인센티브뿐 아니라 토지매입과 건설자금 융자, 이자지원 등 직접적인 재정지원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며 민간 투자를 유도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 기금으로 연 2500가구씩 추가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기금 외에 지자체 단독으로 대규모 주택기금을 조성하는 첫 시도다. 오 시장은 유럽 사회주택 모델을 벤치마킹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공공이 조성한 기금을 민간이 활용하는 현지 사례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기금 재원을 시 예산의 잉여금, 산하기관 배당금, 일반·특별회계 여유자금 등을 통해 조달하고 향후 추가 재원 확보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내년 1월 기금 설치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조기 시행을 위한 재정 시뮬레이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시도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자체가 자체 재정을 활용해 공급 확대에 나선다는 점은 사회 안전망 강화 차원에서도 의미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조 원이라는 규모와 매년 2500가구라는 공급 목표는 작지 않으며 정책이 실현되기만 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재원 조달 방식과 운용 구조의 불투명성이다. 현재까지 기금의 구체적인 지출 구조, 지원 조건, 집행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았고 향후 추가 재정 확보 방안 역시 미정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제한된 예산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1년에 2000억 원으로 2500가구를 공급하는 규모로는 서울 집값 안정에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민관 협력 구조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의 사회주택 모델은 민관이 명확한 책임 분담 하에 공동 운영되지만 한국의 경우 공공과 민간 간의 책임소재가 불명확해 사업 지연이나 재정 리스크가 민간에 전가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기금 집행의 성과 평가 기준, 재정 책임 구조, 민간 유인을 고려한 리스크 완화 장치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기금이 서울시 단독 개발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을 집중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수도권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고밀도 개발로 환경·교통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신속통합기획, 모아주택 등 최근 서울시 정책들은 대부분 도심 내 공급 확대에 집중돼 있으며 기반시설 확충이나 생활 여건 개선보다 공급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택진흥기금은 단순한 예산정책을 넘어 제도적 설계와 정책 철학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될 수 있다. 서울 주택시장 내 현실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 재정 투입을 넘어선 정교한 구조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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