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피한 제약사… 언제 불똥 튈지 몰라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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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은 금물… 조만간에 별도 관세 부과” 관측 유력
대미 수출 많은 업체 현지 공장 단기 구축은 어려워
예외품목 설정 가능성 대비… 지속적 모니터링 나서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6 11:38:29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최대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의약품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별도 관세 부과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백악관은 2일(미국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기본관세 10%를 적용하고 대미무역흑자가 많은 국가에 개별 상호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경우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기본 관세는 미국시간 기준 5일부터 국가별 관세는 9일부터 적용된다.

이날 백악관은 상호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 품목도 함께 발표했다. 대상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금괴 △에너지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특정 광물 등이다. 의약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했던 품목 중 하나였으나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의 의약품은 미국 시장에서 추가 관세 부과 없이 기존 조건 그대로 통관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에는 의약품 가격 상승이 환자 접근성 저하로 이어져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미국 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공중보건 보호 차원에서 필수 의약품과 의료 물품은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단기적 안도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와 맞물려 향후 의약품에 대해 별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의약품·반도체·구리 등은 외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이번에 제외된 것은 미국의 공급망 안정 전략 차원일 것이다”며 “다만 상황을 봐야 하고, 선별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도 “일부 품목은 준비 부족으로 일단 제외됐지만 향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만 상호관세에서 배제된 것은 정치적 판단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별도관세 형식으로 부과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의약품 생산 자국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에도 일라이릴리,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에 불러 미국 내 의약품 생산을 촉구한 바 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에서 의약품은 관세 부과를 피했으나 자국산업 보호에 적극적인 트럼프의 의중이 확인되었으므로 의약품 관세 부과는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제약사들은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크다. 현지 약품창고의 용량 문제, 미국 내 제조시설 확보의 어려움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중견 제약사 A씨는 “단기간에 미국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미국 정부가 예외 품목을 설정할 수 있는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기업과 판권 계약을 맺은 제품이나 필수·기초 의약품은 낮은 관세율이나 무관세 적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렉라자’ 대웅제약의 ‘나보타’처럼 미국 파트너사와 협력 중인 제품은 관세 유예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선 기초 필수의약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제네릭의약품 로비단체인 접근가능 의약품협회(AAM)는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재 127개 수준인 공급부족 의약품 숫자가 215개로 급증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비영리 보건단체인 카이저패밀리재단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의 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기존 5%에서 최대 60%로 급증할 것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2024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의약품은 13억5809만 달러(약 2조원) 규모다. 2023년 9억330만 달러 대비 18% 증가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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