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학대 논란 수도회 해산 명령… "대응 늦었지만 놀라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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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문제 제기… 2015년 폭로본으로 공론화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22 17:58:51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학대 논란 중심에 있던 유명 가톨릭 단체에 해산 결정을 내렸다. 페루에 기반을 둔 소달리티움(SCV·그리스도생활형제단)이 19일(현지시간) 낸 성명을 주요 외신들이 전하면서 알려졌다. SCV 성명에서 해산 사유를 밝히진 않았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性)학대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페루의 유명 가톨릭 단체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고 AP·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실은 페루에 기반을 둔 가톨릭 단체인 소달리티움(SCV·그리스도 생활 형제단)이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확인됐으며 성명에서 해산 사유가 언급되진 않았다. 소달리티움은 1997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공식 가톨릭 종교공동체로 승인한 단체다.

전임 교황이 승인한 종교 단체를 해산하거나 억압하는 경우란 드문 일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 출신임을 고려하면 더욱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AP통신이 짚었다. 1534년 설립된 예수회는 1773년 해산됐다 1814년에 복권된 바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을 통해 교회가 입지와 권위를 잃게 되자 새로운 영성운동의 일환으로 생겨난 운동이었으며, 새로운 선교지를 찾아 동북아시아로 온 예수회 신부들이 근대문물의 전달자로서 큰 역사 족적을 남겼다. 19세기 말 개신교 선교사들 도래 이전 순교의 역사를 통해 시대를 예비한 존재들이다.

소달리티움은 1971년 평신도였던 루이스 피가리가 페루에서 창립한 후 한때 남미와 미국에서 2만 명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특히 페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피가리가 장기간 회원 신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2000년부터 제기된 이래, 피해자 중 한 명인 페드로 살리나스와 기자인 파올라 우가즈가 2015년 소달리티움의 범죄적 관행을 고발한 책 '반은 수도사, 반은 군인'을 발간하면서 공론화돼 충격을 줬다.

소달리티움이 2017년 외부 의뢰한 조사에서 창립자 피가리가 회원들을 성추행하고 신도들로 하여금 자신이나 다른 이들과 성적 접촉을 갖도록 강요했음이 드러났다. 보고서엔 그가 "(타인이) 고통·불편·공포를 경험하는 것"을 지켜보기 좋아했으며, 회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일삼았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교황청이 그해 피가리 제명을 미룬 채 소달리티움 공동체와 접촉을 끊으라고만 명령해 피해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에야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와 조르디 베르토메우 몬시뇰을 페루에 보내 소달리티움 사태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권위와 영성을 악용한 가학적인 학대, 자금 비리, 언론을 활용한 비판자 탄압 행위가 밝혀져 피가리와 10명의 소달리티움 지도부는 작년 8∼9월 모두 제명됐다.

살리나스는 소달리티움 해산 결정에 "늦었지만 놀라운 일이다. 페루 내 공모자들과 주교들이 교황의 성학대 근절 노력에 동참하기보다 방관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인적 헌신 없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달리티움 자산 처리에도 관심이 쏠린 가운데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트라우마 보상을 위해 사용되길 원한다. 교회법에선 가톨록 공동체의 해산 및 재산 관련 결정은 교황청만 내리도록 규정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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