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국 증시는 코스피 3000을 돌파할 수 있을까?
올해 증시는 실망스러웠다. 연초부터 밸류업 정책이 강조되자 코스피 3000 돌파를 기대할만했다. 26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7월까지 천천히 오르다가 2800선을 고점으로 급하강했고 8일 현재 2428.16에 머물고 있다. 올해 들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미국·일본·독일 주가지수와 상반된 흐름이다.
푸른 뱀의 해(을사년)를 맞아 유럽과 중국 경기가 회복하고 달러와 금리가 약세를 보이면 한국 증시는 따뜻할 전망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은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5년 하반기 금리 인하 추세가 멈추면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리스크 등 악재는 이미 반영된 만큼 탄핵 변수가 발목을 잡지 않으면 한국 증시는 급락한 만큼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상승론이 엿보인다.
스카이데일리가 8일 대신증권 주식전문가에게 다가오는 새해 한국 증시 전망을 물었다. 탄핵 변수의 폭발성이 크지 않다고 가정할 때 주식전문가인 이경민 FICC(채권외환상품)리서치부 부장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 3000 돌파 시도가 가능하다”고 조심스게 전망했다. “하우스뷰(House View)는 상고하저다”라고 전망한 이경민 부장은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면서 좋았던 그림들이 어그러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전환점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3000 찍고 상승 둔화 전망
올해도 ‘좋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코스피는 3월 2700선을 뚫고 7월 2800선을 넘어서며 1년 반 만에 2900선 돌파를 목전에 뒀으나 얼마 못 가 주저앉았다. 6일 기준 올해 코스피 등락률은 –8.6%다. S&P500(27.7%)·닛케이225(16.8%)·DAX(21.7%)·자취안(29.3%) 등 주요국 지수를 크게 밑돌았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우호적 요인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이경민 부장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조선·기계·음식료에 밸류업 프로그램까지 여러 가지 기대할 수 있을 만한 변수들이 많았는데 하반기 들어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고 전반적으로 자체 동력이 부재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상반기 강했다가 7월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패턴이 반복된 것 같다. 코스피 취약함이 하반기 두드러진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금리 효과도 먹히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11월 두 차례 연속 0.25%p씩 내렸으나 코스피는 되려 2600·2500선에서 2400선으로 밀려났다. 주식시장 부진과 관련해 이 부장은 재정 정책 부재, 경기 부양 의지 미약, 대출 등 유동성 규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이 부장은 “자체 동력이 부재하다. 재정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경기 부양 의지도 다른 나라보다 약하다. 금리를 내리면서 대출 규제 등 유동성 규제를 하다 보니까 M2(광의통화) 증가율도 꺾였다”며 “이러한 취약함이 하반기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증시에서도 삼성전자로 대변되는 반도체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르면서 기업 실적이 부각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나간 날은 뒤로 하고 다가올 날을 준비할 때다. 대신증권은 2025년 코스피 예상 밴드(전망치)로 2380~3050p를 제시했다. 6일 종가(2428.16p) 대비 26.8% 높은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 중국·유럽의 경기가 올라와 달러 가치를 떨어트려 코스피 상승 폭을 키울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상반기 중 코스피 3000 돌파 시도가 가능하다. 미국 제조업 경기는 턴어라운드할 조짐을 보이고 중국 경기는 바닥을 통과하고 있고 유럽도 금리 인하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은 좀 쉬어가겠지만 중국·유럽 경기는 올라오면서 코스피 업사이드를 높여줄 것으로 본다. 중국·유럽 경기가 움직이면 미 달러는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유럽 수출 비중이 미국보다 크다는 점도 호재로 꼽았다. 이 부장은 “중국·유럽의 수출 비중을 합치면 32.9%로 미국(18.6%)보다 커 수출에 플러스 요인이다”며 “미국의 제조업 경기 회복, 유럽·경기 회복이 맞물리며 상반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봤다.
증시 동향으로는 상고하저(上高下低)할 것으로 봤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속할지 의문이라서다. 주요국 금리 인하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에 강하다가 하반기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상반기에는 기저효과 등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고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 걱정은 경기가 좋아 금리 인하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은 6월이, 미국은 9월이 1년 되는 시점인데 경기가 양호함에도 금리 인하를 해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트럼프 리스크도 하반기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는 “트럼프가 정책적으로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하반기라고 보고 있다”며 “취임 후 3개월 정도 청문회를 거쳐 내각을 최종 완성하는 데는 짧으면 50일, 길면 100일 정도 걸린다. 이러면 정책 가시성·실행력은 하반기 더 강해져 그로 인해 물가상승률도 조금 자극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2차전지 주목, 화학·정유 유의”
내년 코스피 향방에 영향을 줄 이벤트로는 주요국 통화 정책을 꼽았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스탠스에 주목하라는 설명이다. 이 부장은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한다고 선언했고 유럽은 금리 인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간다고 했고 미국은 금리 인하를 몇 번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어서 주요국 통화 정책을 업데이트하면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3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발표할 경기 부양책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상반기 지나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준을 체크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양회에서 정책 드라이브를 얼마나 세게 걸어줄지, 트럼프 취임 이후 중국의 정책 스탠스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한다. 재정 정책 규모가 크고 비율이 높으면 한국 증시에 우호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전제 조건은 있다. 달러가 강할 때 중국이 성장하면 한국에서 돈이 빠져나갈 수 있고 달러가 약세로 가야 한국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에 주목해야 할까. 이 부장은 사람들부터 소외된 업종을 관심 있게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업종으로는 반도체, 2차전지 소재, 중국 소비주를 꼽았다. 실적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종과 무관하게 외국인 수급 기대가 큰 대형주에 주목하라는 설명이다.
“반도체는 여러 가지 악재들이 남아 있지만 실적 및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 트럼프 리스크 등 악재가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했고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트럼프의 액션이 취임 직후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되돌림 현상이 나올 수 있다.”

그는 “2차전지는 실적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불가피하나 전기차 판매 비중의 80% 이상이 중국·유럽이다. 중국·유럽 경기가 올라와 전기차 수요가 회복된다면 2차전지 소재 관련 업종에 업사이드를 높이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중국 소비주는 중국 경기 부양 드라이브가 얼마나 세게 나오는지를 봐야 하지만 올 2분기에 화장품, 3분기에 음식료 업종이 각각 고점을 찍었는데 투자 기회가 있다면 내년 상반기 중 한 번 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에 있어 주의해야 할 업종으로는 유틸리티와 화학·정유를 선정했다. 전기·가스 등 유틸리티는 정치 행보에 따라 움직이고 화학·정유는 중국 제조업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정책 기대감으로 많이 올라왔던 유틸리티는 정치 행보에 따라 움직일 수 있고 화학·정유는 중국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옛날처럼 제조업에 경기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소비를 부양하겠다는 것이어서 소비주를 지켜보면 좋겠다.”
우리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도 이에 부응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 부장은 대주주 위주 경영 등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해야 저평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밸류업 지수가 나온 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은 약해졌는데 여러 가지 분석 자료를 종합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에서 가장 큰 비중은 지배구조라고 얘기한다”면서 “중복 상장, 재벌구조 등의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는 점도 짚었다. 그는 “미국은 유통 주식 수가 계속 줄어드는데 한국은 유통 주식 수가 계속 늘어나 시가총액이 계속 사상 최고치다”며 “이 차이는 되게 크다고 보는데 코스피는 신규·분할 상장이 많다 보니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는 어떤 방식으로 투자해야 할까. 이 부장은 시장에서 공포 심리가 팽배할 때 적극 사야 하고 낙관론이 팽배하면 조금씩 빠지는 역발상 투자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2500선 밑에서 등락할 때는 투자하고, 3000선에 근접할수록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단 분석이다.
그는 “낙관론이 팽배할 때 조심하면서 더 좋아질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업종·종목 투자도 마찬가지다”며 “상반기 기계·음식료·화장품은 좋았다가 하반기 다 내려왔다. 영원한 상승이 없다.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전망을 확인하면서 너도나도 좋다고 할 때 빠지고 너도나도 나쁘다고 할 때는 조금씩 들어가는 역발상 투자가 유효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2월까지 코스피가 2500선 밑에서 등락하거나 언더슈팅(단기 급락)이 나와 그 밑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추울 때 투자를 많이 하고 따뜻해지면 레벨에 따라서 3000선에 근접할수록 옥석 가리기 또는 종목별로 얼마나 올라왔을까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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