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기후문제 관련 공직 고액 연봉자들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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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군살빼기' 행보… 길은 멀고 험해
CNN "공무원들 겁주려는 것" 비판 보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8 16:03:34

▲ 미국 공무원 조직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불필요한 직위라고 생각한 공무원의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 구조조정을 담당할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지명된 그의 행보에 미 일부 공무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행보에 일부 미 공무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주로 다양성·평등·포용성(DEI)과 기후위기설을 중시하며 비백인·성소수자·여성 등을 우대하는 민주당 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공직들이다. 머스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위를 온라인에 적시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 등을 들어 주류 언론이 반발하고 있다.

머스크는 내년 1월20일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구조조정을 담당할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에 지명된 이래 관료주의를 척결하고 낭비성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연방정부 공무원 감축을 공언한 상태다. 문제는 그가 일부 공무원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해 그의 지지자들이 공격할 수 있도록 결과적으로 이른바 ‘좌표 찍었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에서 기후 관련 공직자 4명의 이름과 직책이 실린 게시글 2건을 공유했다.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기후다변화 국장’ 자리를 위해 납세자들 세금을 축낼 필요 없다고 주장한 글에 머스크는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는 댓글을 달았다. USIDFC에선 저소득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등을 돕는 투자를 지원한다.

머스크의 게시글 이후 ‘기후다변화 국장’직의 여성은 자기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의 최고기후책임자인 여성 직원도 머스크에게 지목됐다. 이 사무국이 초기 투자가 필요한 에너지기술 개발 지원 역할을 하며 2010년 테슬라에 4억6500만 달러(약 6500억 원)를 지원했다고 CNN은 우회적으로 머스크를 꼬집기도 했다.

머스크의 표적엔 보건복지부의 환경·정의·기후변화 선임고문과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선임 기후고문직 여성들도 포함됐다. 모두 거액 연봉자다. 머스크는 HUD의 ‘기후 고문’이 납세자에게 18만1648달러(약 2억5000만 원)씩이나 챙겨선 안 된다는 글을 공유하면서 “하지만 어쩌면 그녀의 조언이 대단할 수 있다”는 풍자적 댓글과 웃음 이모티콘을 남겼다.

CNN은 머스크에게 지목 당한 공무원들을 향해 부정적인 관심이 쏟아졌으며 일부 다른 공무원도 머스크 때문에 조만간 위협받을까, 직장을 그만두게 될까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또 전에도 수차례 머스크가 자기에게 잘못했거나 자기 일을 방해했다고 여긴 사람을 공개 적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공무원노조(AFGE)의 에버렛 켈리 위원장은 머스크의 행보에 대해 “연방 공무원에 공포와 두려움을 심으려는 것” “그들이 겁을 먹어 목소리를 못 내게 하려는 의도”로 규정했다.

심지어 메리 커밍스 조지메이슨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사람들이 그만두도록 겁박하거나 ‘다음은 네 차례’라고 신호를 보내는 머스크 특유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커밍스 교수가 자동차 안전규제 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근무할 때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프로그램을 위험시하며 규제 필요성을 주장해 머스크의 분노를 산 바 있다.

머스크가 당시 트위터(현 엑스)에서 커밍스를 비판하자 커밍스는 머스크의 팬들로부터 살해 위협 등 공격을 받아 거주지를 옮겨야 했을 정도라고 한다. CNN은 사이버 괴롭힘과 온라인 학대 등을 주로 다루는 전문가와 학자들을 접촉했지만, 몇 명은 머스크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하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