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35년 獨’ 동·서독 경제·사회 격차 여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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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獨 마그누스 브레히트켄 뮌헨대 교수 특별 강연
“국가 체제 통합되어도 정치시스템·경제 수준이 중요”
“독일, 동독 현재도 서독 대비 절대적 열위 극복 못 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6 13:46:15

▲ 25일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제73차 한백통일포럼·해외 초빙 전문가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마그누스 브레히트켄 독일 뮌헨대 교수가 '독일의 통일 과제, 35년 동안 얻은 역사적 관점, 경험 및 교훈,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통일 35년 차를 맞은 독일은 여전히 동서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지며 독일은 평화 통일을 했지만, 서독은 수천억 유로를 구동독 지역 재건을 위한 통일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서독과 공산주의 계획경제의 동독은 통일 후 자유와 권위라는 가치로 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적 대립을 겪어야 했다. 대부분 경제 지표에서 서독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이자 사회갈등은 더욱 심화했다.

이 같은 주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제73차 한백통일포럼·해외 초빙 전문가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강의를 한 마그누스 브레히트켄 독일 뮌헨대 교수에게서 나왔다.

독일의 통일 과정을 보면 분단 상태 한국의 상황과 흡사한 점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 전승국들이 독일을 분할 점령하며 1949년 ‘이중 건국’ 독일연방공화국(서독·BRD) 대 독일민주공화국(동독·GDR)으로 분류된 독일은 소련의 이데올로기적 팽창 야욕에 의한 ‘정통주의’와 미국의 경제적 주도권을 추구하는 ‘수정주의’가 대립했다.

분단 이후 40여 년 동안 공산주의와 자유주의가 맞섰고 대규모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분단 당시 서독은 동독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인구는 서독이 4배, 실질 기준으로 경제 규모로는 6배, 1인당 경제 규모는 1.5배 정도였다.

브레히트켄 교수는 “동유럽에 거주 독일인 대부분이 서유럽으로 옮겨오며 민주주의·의회 시스템·시장경제 등을 택했으나, 냉전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적 환경상 정치적 갈등은 필연적이었다”라고 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이념이데올로기로 갈라진 채 냉전적 대립을 거듭 지속하는 모습에서 한반도 통일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제73차 한백통일포럼·해외 초빙 전문가 초청 특별강연회’는 사단법인 한백통일재단이 주최하고 전북·광주한백통일재단, 한백통일재단 독일·전남·대구·부산·인천본부가 주관하였으며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이 후원하여 성료했다. 사진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참여자들. 사진=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통일 당시 기민련(기독민주연합·CDU) 집권기에 서독은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은 사통당(독일사회주의통일당·SED) 발터 울브리히트 총리가 각각 집권하고 있었는데, 동독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서방으로의 통합과 ‘힘의 우위’ 정책을 강조한 서독은 급진적 통일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 1989년 11월9일 장벽이 붕괴하고 3주 만에 발표된 콜 총리의 ‘10개 조 통일 강령’은 국가연합 중간단계를 언급할 뿐 동독에 대한 흡수통일 등에 대한 예측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브레히트켄 교수는 “서독 헬무트 콜은 냉전 시대 외교정책을 추구했으며, 자유주의 진영 사이에서 현상 유지 정책을 펼치고자 했다”라며 “통일 직후 잠재성을 확인하고 동독 주민의 반체제 의식을 강화하려 선전 활동과 실용주의적 동방정책을 통해 급속한 흡수 통일을 이루고자 했다”라고 언급했다.

통일 독일은 행정·경제 통합을 위한 전방위적 법제화를 진행했다. 사상과 언론의 자유·거주이전의 자유·야당의 권리 등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규범적 차원에서 인정됐다. 제도적 절차 등을 통해 급진적 통일을 이루었으나 진짜 문제는 ‘사회통합’과 ‘경제력 차이’를 극복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양국 국민은 민족성은 공유했으나 사회적 환경과 문화 등에 대한 이질성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양극화 문제도 심화했다. 서독 편입 과정에서 동독은 네 가지 충격을 겪었는데, 소련·동유럽 경제공동체인 ‘코메콘(COMECON)’이 붕괴해 수출입길이 막혔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으며, 임금 격차가 커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고, 실질환율 평가절상이 발생했다. 서독은 동독과의 1:1 화폐교환이 결정되자 독일은 임금과 상품 가격 상승 때문에 산업과 내수시장이 거의 붕괴하다시피 했다. 독일 경제는 2000년 초까지 심각한 통일 후유증을 경험해야 했다.

▲ 동·서독이 통일 이후 겪어야 했던 경제적 격차와 이의 통합을 위해 했던 노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브레히트켄 교수. ©스카이데일리

브레히트켄 교수는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현재 서독 지역보다 높고 수입이 증가했지만 처음 5년 동안만 그랬을 뿐 이후 차이가 벌어졌으며 노동시간은 동독이 훨씬 길다”고 했다. 이어 “연금 수준 및 가구당 평균 수입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수입 또한 서독 절반 수준에 동독·서독 주민의 삶의 조건을 통합하기 위한 큰 노력이 있었음에도 자산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통일에 미치는 시사점에 대해 브레히트켄 교수는 “단순 체제가 통합되더라도 사고방식·정치 시스템·경제력의 차이가 통합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게 우리가 독일 통일을 경험하며 내린 소결”이라며 “어쨌든 통일하게 되면 경제적 타격과 혼란은 한반도에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국가와 개인이 통일을 위해 개방된 자세를 가지고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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