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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포크로우스크 인근의 또 다른 마을 한 곳을 추가 점령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내 병참 기지 포크로우스크에서 남쪽으로 약 25㎞ 떨어진 츠쿠리네다. AFP통신은 러시아군이 여름부터 요충지 포크로우스크를 향해 진격해 왔으며 츠쿠리네는 최근 도네츠크에서 장악한 마을 중 규모가 큰 편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선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를 차지할 경우 도네츠크주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 방어선 붕괴를 뜻하는 전망이다. AFP통신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를 인용해 러시아가 10월 우크라이나 영토 내 진격 범위를 478㎢나 넓혔으며 2022년 3월 이후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8·9월 각각 477㎢·459㎢ 확보).
8월 우크라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일부 지역 기습 이래 공방을 지속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 핵심지역인 동부를 향해 진격을 늦추지 않았다. 다만 경제가 문제다. 아무리 지구전에 강하기로 이름난 러시아지만 나폴레옹전쟁이나 나치와 싸우던 때와는 시대가 다르다. 일반 국민이 생활고를 강하게 체감할수록 전쟁 지속은 불가능해진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업률 역대 최저치를 거론했다. 28일 타스 통신에 따르면 그가 화상으로 경제 회의를 주재하며 “세 달 연속 실업률 2.4%”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 감소(현재 9% 미만)”를 짚었다. 이어 “올해 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이 3.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세계 평균 경제 경제성장률 3.2%를 상회한 수치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우리 경제가 여전히 어려움과 불균형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첫째 이유로 각 산업·농업·금융 분야의 곤경에 더해 외부 제재와 인력·기술·물류 부족 등 자체적 구조적 한계를 들었으며 이런 요인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 인플레이션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수요 측면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상품·서비스의 생산을 늘려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 착수와 현대적 일자리 창출 등에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러시아의 노동시장과 물가 등 주요 경제 상황은 3년째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특별군사작전과 긴밀히 연관된다. 러시아는 전장에 투입할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입대 계약금 등 금전적 보상을 내걸었으며, 그 결과 임금이 급등해 민간 부문 인력난과 물가 상승을 유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옐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연방중앙은행장의 향후 대처가 주목된다. 2007~2012년 경제발전무역부장관을 거쳐 2013년부터 현직인 나비울리나는 저유가와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서방 제재의 이중고 속에서 러시아 경제를 경기침체선에서 관리해 왔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버티게 해준 최대 공로자로 꼽힌다.
얼마 못 가 국가부도(디폴트)를 맞을 것이라던 러시아가 위기를 무사히 넘기자 나비울리나를 향한 서방의 관심이 높아졌다. “푸틴의 흉악한 전쟁을 돕는 최고 부역자”(영국 블루베이 자산운용), “서방의 경제 전쟁에 맞선 러시아의 비밀병기”(미 폴리티코), “신기(神技)에 가까운 통화 정책은 배워야 할 점”(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제출된 나비울리나 사표는 반려됐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서방 경제지에선 자신이 8년간 추진해 온 개방적인 금융시장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푸틴의 전쟁 수행을 도운 그녀의 결단에 혀를 내두른다. 2022년 5월 국내 주요 언론에도 ‘전쟁경제 총사령관’으로 집중 조명된 바 있다. 우크라전쟁을 위해 러시아 총동원령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나비울리나가 “러시아 경제는 폭망할 것”이라며 국가두마(의회)에 출두해 막아낸 일 역시 그녀의 유명세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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