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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을 살아온 서울 충무로의 ‘터줏대감’인 대한극장 ‘너 마저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1958년 문을 연 대한극장이 지난달 30일 끝내 간판을 내렸다. 영화 상영은 이미 오래전에 종료된 상태였다. 폐관 이유는 물론 경영 악화다. 대한극장 홈페이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화면이 텅 비어 있었다.
미국 20세기폭스필름의 설계에 따라 건축된 대한극장은 1900석을 갖춘 국내 최대 영화관이었다. 지금은 당연한 것이지만 빛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설계된 ‘무창(無窓) 건물’ 제1호였다. 국내 최초로 70mm 영사기를 도입해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대작 위주로 상영했다. 음향 시설도 최고였으며, 그 시대 최대·최첨단 극장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아 온 셈이다.
1962년 개봉해 무려 7개월간 만원 사례를 기록한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에 열광한 관객들은 이 극장을 ‘벤허극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그랬기에 영업을 종료할 때까지 벤허 간판이 대한극장 앞 벽면을 지켜 왔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과 지하로 연결돼 있는 초역세권인 대한극장은 서울에서 중·고교를 다닌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는 꽤나 특별한 장소임에 틀림없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 영화 관람이었다. 예매 시스템이 없어서 신작이라도 개봉하면 대한극장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예매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암표상도 들끓었다. 스크린이 하나뿐이던 단관극장 전성시대의 얘기다.
멀티플렉스 시대가 개막하며 서울 종로3가의 단성사·피카디리·서울극장, 충무로 일대의 명보·스카라·국도극장 등 영화관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이들이 없어졌을 때보다 대한극장의 폐관이 더 서운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충무로는 영화계를 통칭하는 한국영화의 상징이다. 충무로는 영화사와 기자재 업체 등이 몰려 있어 감독과 배우 등 영화 종사자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충무로에서 한국영화 역사와 함께해 온 대한극장 건물은 문화공연장으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장 건물은 헐리지 않을 듯하다. 대한극장 없는 충무로가 여전히 충무로일까. 옛날 극장들을 따라 한 시대가 저물어 간다. ‘시네마 천국’을 잃는 것처럼 어린 시절 추억의 일부가 가위로 잘린 듯 허전하고 섭섭하다. 굿바이~ 대한극장이여.
박병헌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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