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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전쟁) 만1년이다. 이 전쟁과 그로 인한 이스라엘-이란·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의 출구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바이든정부의 휴전 및 인질 석방과 확전방지 노력이 무위에 그쳐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추락이 두드러진다. 11월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이후의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끝까지 갈 기세다. ‘확전 위험’을 무릅쓰며 최우방인 미국에게조차 사후 통보만 하고 작전을 감행해 왔다. 안보에 관해선 철저히 불타협인 이스라엘인들의 공감대, 미 주류 사회에 뿌리 내린 유대인들 영향력을 생각할 때 현 구도가 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로선 사법리스크로 감옥 갈 각오 하에 ‘사퇴’를 하거나 ‘적 뿌리뽑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자국민 1200여 명 사망과 200여 명 인질 사태를 초래한 ‘방심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민간인 희생 급증으로 서방 주요국들 견해가 엇갈리고 이스라엘 내 네타냐후 퇴진 압박도 거세졌으나 이란과 레바논 영토 내 작전을 개시한 7월·9월부터 반전이 일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온 외빈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적진인 테헤란에서 암살한 것, 레바논 남부 중심으로 헤즈볼라 대원들 수천 명의 호출기·무전기 동시다발 폭파와 최고위급 지휘관들 제거 등은 장기간의 치밀한 기획과 놀라운 작전력을 보여줬다.
네타냐후 지지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가자전쟁 발발 약 한 달 뒤 현지 여론조사업체 라자르 조사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여당 리쿠드당 지지율은 18%였다. 정적인 베니 간츠 주도의 국가통합당(40%)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쟁 장기화 속에 휴전·인질 문제 우선시를 촉구하는 여론이 정권 퇴진운동으로 이어졌고 간츠 대표가 6월 전시내각을 탈퇴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12일 라자르 여론조사에선 리쿠드당 지지율(23%)이 국가통합당(24%)을 바짝 뒤쫓았다.
지난달 17∼18일 삐삐·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사건 직후 조사에선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국가통합당을 추월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한 바 있다.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까지 제거되자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선거가 치러질 경우’ 크네세트(의회) 전체 120석 중 리투드당이 최대 의석(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네타냐후(38%)가 간츠(29%)나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27%) 전 총리보다 총리직에 더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란은 1일 탄도미사일 200발을 발사해 하니예 사망 직후 선언한 보복을 두 달 만에 실행에 옮겼다. 이때 이스라엘 방공망의 불완전성이 드러났으며 일부 군사 인프라가 손상을 입었으나 네타냐후의 행보를 멈출 타격은 못 됐다. 군사력·정보력·작전실행력 면에서 이스라엘의 우위를 꺾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반이스라엘 연대의 수장 격인 이란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4일 대예배 설교자로 등장해 옆에 소총을 세워놓고 강경대응 의지를 내비치자 이스라엘은 재보복 경고로 응수했다.
한편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가자의 경제 붕괴(전쟁 전에 비해 6분의1 이하로 축소)”를 지적했다.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4만1600명(220만 인구 중 2%)을 넘었다고 알려졌으며, 유엔인도문제 조정실(OCHA)과 가자 보건당국 조사로는 8월 말 성별 등 확인 가능한 3만4300명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나머지 1만 명 가까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
또 하나의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 강 서안에서 역시 유대인 정착민들과의 충돌이 늘었다. 유엔인권고등변무관사무소(OHCHR)는 지난 1년 서안에서 치안부대나 정착자 총격 등으로 5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예로부터 팔레스타인으로 불려 온 땅에 1947년 5월 이스라엘 건국 이래 지속된 현실이다.
먼 옛날 통일왕국 이스라엘이 남(유다)·북(이스라엘)으로 양분된 후 유다왕국은 BC722년 앗수르 침공에 무너졌으며 그 136년 후 이스라엘왕국이 바빌로니아에 멸망 당했다. BC63년부터 로마 치하에 들어갔으나 유대인들은 저항했고 서기 70년경 완전히 끝장났다. 유대 디아스포라(이산)의 시작이다. 이후 팔레스타인 땅엔 다양한 인종·민족이 들어와 살았고 대부분 아랍계 주민이었으나 나중엔 유대인도 재유입됐다.
이스라엘이 이 땅을 떠난 지 약 1880년 만에 돌아와 나라를 세울 때만 해도 독자적 국가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던 아랍계 원주민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가시화되자 주변 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돕고자 나서면서 몇 차례 중동전쟁이 발생했다. 매번 이스라엘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으며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 내 섬처럼 두 곳의 팔레스타인 자치구가 생긴 채 현재에 이르렀다.
서로 떨어져 위치한 팔레스타인 자치구 두 곳(서안 및 가자)은 이스라엘 실효 지배 지역이다. 1993년 이른바 ‘오슬로 협정’으로 각각의 나라로서 공존(2국가 해법)할 희망이 엿보였으나 양측 수장이 암살당함으로써 무산됐다. 지난 수십 년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착지 확대를 계속했고, 정착민-팔레스타인인들 간 충돌과 대(對)이스라엘 테러가 이어졌다.
2002년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구는 분리 장벽에 의해 ‘하늘 뚫린 감옥’이 됐다. 올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정책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권고 의견을 내놓았으나 네타냐후는 “논란의 여지 없이 우리땅”이라며 일축했다. 9월 유엔총회의 긴급 특별회의에서 현 상황의 1년 내 종결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ICJ 권고 대로 팔레스타인이 이슬람국들과 공동 제안해 124개국 찬성을 얻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영국·독일 등 43개국 기권, 이스라엘과 미국 등 14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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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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