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암표상 “나 잡아봐라”… 법 개정·처벌 강화에도 근절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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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매크로 암표 거래 금지 이후에도 티켓 거래 사이트 성행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상습성·영업성 판단 어려워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5 12:34:30

▲ 공연 매크로 암표 거래 처벌 강화 이후에도 티켓거래 사이트에서 공연 및 스포츠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티켓베이 캡쳐.

공연에 이어 스포츠 경기에도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크로 사용 여부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법제처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포츠 경기 입장권이나 관람권 등을 구매해 웃돈을 붙여 판매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올해 3월23일 매크로를 통한 공연 입장권 암표 판매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스포츠 경기 또한 같은 처벌이 적용되는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암표 판매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확보한 후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업자들이 기승을 부리며 공연이나 경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 관람하기 때문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키보드나 마우스를 반복적으로 입력하는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기에 전문 업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대학생들은 수강신청 기간에 빠르게 과목을 입력할 수 있는 수강신청 매크로를 자체 제작해 공유하기도 할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관람 목적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도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매크로를 사용하기도 하고 인기가 높은 공연은 용돈벌이 목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해 티켓을 구매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공연 기획사들은 매크로를 잡아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고 있으나 모두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쿠팡의 경우 올해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가족 계정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따라 매크로를 통한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 요구가 커졌고 처벌이 강화됐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개정된 법으로는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거래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크로 암표 거래를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상습 또는 영업으로 구입한 행위를 부정 판매로 규정하고 있다. 즉 매크로 암표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매크로를 이용했는지를 판별해야 하고 상습적이거나 영업 목적이 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

실제로 공연 입장권 매크로 암표 판매 처벌이 강화된 이후에도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는 공연 관련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티켓 구매 창에서는 해당 티켓을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구했는지 표기하지 않는다.

여기에 중고 거래 사이트나 SNS를 통해 암표를 거래하거나 은어를 사용해 비밀리에 거래하는 것 또한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 역시 실질적으로 암표를 근절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1인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계류돼 있다. 새로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적용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암표 거래는 이후에도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