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銀 "매각설 사실무근"… 실적 개선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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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규제 완화 소식에 매각설 돌자 “매각 계획 없다”고 해명
매각 꼬리표 떼기엔 높은 부실채권 비율, 연속 순손실 부담 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3 10:17:00

▲ 23일 페퍼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검토 식에 돌고 있는 매각설을 일체 부인했다.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는다는 입징이다.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로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을 일축한 것이다. 다만 매각 꼬리표를 쉽게 떼어낼진 미지수다. 부실채권 비율이 15%를 넘어섰고 순손실도 400억 원에 육박해 단기간에 실적을 개선하기 쉽지 않아서다. 페퍼저축은행은 대출 영업 재개, 부실채권 매각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페퍼저축은행은 23일 매각설을 일체 부인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페퍼저축은행은 매각할 생각이 아예 없고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도 않는다”면서 “모기업이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필요한 경우 모기업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페퍼저축은행 매각설이 불거진 것은 금융당국이 수도권 저축은행 M&A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다. 현행 제도 하에서 비수도권 저축은행 대주주는 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영업구역이 3개 이상 늘어날 수 없도록 제한받는데 자기자본(BIS) 비율이 7%(자산 1조 원 이상은 8%) 미만으로 ‘적기시정 조치’를 받은 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는 예외를 허용한다.

금융당국은 적기시정 조치를 적용하는 BIS 비율 상한을 높여 인수할 수 있는 저축은행 매물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1분기 페퍼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1.38%다. 총자산은 3조6797억 원이다. BIS 비율 상한 기준을 3%p만 높여도 적기시정 조치에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적기시정 조치에 따른 M&A 허용은 BIS 비율뿐 아니라 경영실태평가 결과와 경영개선계획 등을 고려하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까지 거쳐야 할 정도로 절차가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매각설에 휩싸일 정도로 페퍼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통일경영공시를 보면 1분기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5313억 원) 비율은 16.83%로 전년동기(6.61%) 대비 10%p 이상 올라갔다. 이는 79개 저축은행 전체 평균(10.32%)과 당국의 권고치(8% 미만)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회수의문·추정손실 가능성이 큰 부실여신(2988억 원)도 총여신의 9.46%를 차지했다.

부동산금융은 더 심각하다. 페퍼저축은행은 1분기까지 2246억 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줬는데 이 중 17.32%(389억 원)가 연체됐다. 건설업 대출 연체액은 390억 원, 부동산업 대출 연체액은 364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공여액의 각각 24.10%·13.47%에 달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수익성 부진도 풀어야 할 숙제다. 1분기 379억 원의 순손실을 거두며 1년 전(-253억 원)과 비교해 손실 폭을 더 키웠다. 5개 분기 연속 순손실이다. 지난해 1072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2016년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중 유일한 1000억 원대 순손실 규모였다.

수익성 지표를 보면 가계대출 영업 중단으로 대출채권이 크게 줄어들면서 총자산이익율(ROA)은 1년 전 0.25%에서 현재 –2.24%로 악화됐다.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자본잉여금 등의 감소로 마이너스 폭이 35.52%까지 커졌다.

대손충당금이 악재로 다가왔다. 대출채권에 설정된 대손충당금 규모는 1분기 3080억 원으로 지난해 말(2693억 원) 대비 석 달 새 400억 원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등의 건전성 악화로 일반자금대출에 충당금 364억 원을 쌓은 게 수익성 부담을 키웠다.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반 저하되면서 신용등급도 흔들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4월 페퍼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개인·개인사업자 차주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한계여신 매각 지연과 염가 매각에 따른 추가 손실인식 가능성 등도 수익성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대출 영업 재개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신규 개인신용대출 영업을 10개월 만에 정상화했다. 또 부실채권도 매각해 건전성 관리도 지속할 계획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대출 상품 리뉴얼을 위해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초 영업을 재개했는데 이를 통해 실적을 턴어라운드할 계획이다”며 “고정이하여신 등 부실채권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매각해 자산건전성을 개선할 것이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