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째 현역… 한국 헤비메탈의 상징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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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국내 환경서 헤비메탈만 35년째
22일엔 서울·29일엔 부산서 팬들 만나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6 21:41:43

▲ 35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콘서트를 개최한 블랙홀이 22일 서울과 29일 부산에서 공연한다. MKB

한국에서 헤비메탈은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다. ‘블랙홀’은 척박한 국내 음악 환경에서 9집 앨범까지 발표하며 35년째 헤비메탈을 해오고 있다.

밴드 멤버는 주상균(보컬·기타)·이원재(기타)·김세호(베이스)·이관욱(드럼)으로 구성돼 있다. 팀 이름은 우주의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음악을 빨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지어졌다.

1985년 활동을 시작한 밴드는 88서울올림픽 개최 이듬해인 1989년 1집 앨범 ‘미라클’로 정식 데뷔했다. 1989년은 세계적으로 세풀투라·엑스재팬·머틀리 크루·스키드로우 같은 밴드가 활약한 해다.

정식 데뷔앨범인 블랙홀 1집에는 음악 좀 듣는 사람이라면 아는 “까맣게 흐르는 깊은 이 밤에” 가사로 시작하는 ‘깊은 밤의 서정곡’이 타이틀로 실렸다. 주상균은 유튜브 채널 김태원클라쓰에 출연해 이 곡이 대중적이라고는 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사랑을 못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곡이 7분 가까이 돼 길어서 라디오에서도 거의 틀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이 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명해진 노래다. 부활의 멤버 박완규는 “90·91·92년… 시간이 지날수록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던 곡이 깊은 밤의 서정곡”이라고 회상했다.

1995년 발표한 정규 4집 ‘메이드 인 코리아’도 한국 록음악사에서 명반으로 꼽힌다. 군더더기 없이 명쾌한 리듬과 헤비메탈의 저항 정신을 담은 가사가 특징이다.

▲ 블랙홀의 음악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2019년 발표한 애볼루션 앨범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구현했다. MKB

노장 밴드라고는 하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는 것도 블랙홀이 지닌 매력 중 하나이다. 2019년 발표한 ‘에볼루션’ 앨범은 이전 앨범들 전반에 흐르는 웅장하고 복잡한 느낌의 비장감 대신 단순한 구성에 강력한 연주를 담은 미래 지향적인 사운드를 지향한다. 5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시간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간결하고 담백하다. 고도의 연주 기술과 구성원 사이의 음악적 견해가 일치해야 이 같은 소리를 창조할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리더 주상균은 “미래 산업이 현재보다 훨씬 단순하면서도 하이 테크놀로지가 직관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1989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음반 발매와 콘서트를 이어오고 있는 블랙홀은 각각 2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엠팟홀과 29일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한 차례씩 콘서트를 개최한다.

데뷔 35년차 밴드지만 여전히 앞을 내다보는 이들이 어떠한 음악으로 팬들에게 경외감을 선사할지가 기대된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