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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소상공인이 고금리·고물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가게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제1금융권으로 달려가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사업자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대출 빚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필요한 대출자금을 수혈해주고 있다. 그러나 저신용 등 취약계층 소상공인은 대출 상담에서 실행까지 많은 금융 애로가 발생하지만 정부는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사업(가게) 운영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원하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기관의 인식이 좋지 않아 사업자 대출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한 가계대출을 받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금융권은 소상공인에게 일반인(직장인)과 같은 CSS(Credit Scoring System)를 적용한다. 매달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CSS 등급은 낮게 나온다. 직업을 통한 신용평점으로 대출을 받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사업자 대출을 받는다 해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이라는 이유로 일반적인 가계대출보다 금리가 높기 일쑤이다.
정보 비대칭성도 제기된다. 금융권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사업에 대한 사업성·성장성에 대한 데이터가 아주 적기 때문에 대부분 개인의 신용등급에만 의존한 대출심사를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자영업자들이 받은 대출은 사업자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소상공인(자영업자)대출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폭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3월 말 기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대비 40.3% 증가했다. 이 중 사업자대출 625조1000억 원, 가계대출은 335조6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이는 전체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의 사업자대출 비중은 38.8%, 전체 가계대출 중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비중은 19.1%의 수준이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자영업자의 퇴직금 성격을 띄고 있는 노란우산 공제금의 지급건수도 대폭증가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출받은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현황을 보면, 올해 1~4월 폐업 사유로 노란우산 공제금을 지급한 액수는 54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늘었다. 공제금 지급 건수는 4만3000건으로 9.6% 증가했다. 폐업 공제금 지급액과 지급 건수는 지난해 1조2600억 원과 11만 건으로 처음으로 1조 원과 10만 건을 넘어섰다.
금융권이 소상공인에 적절한 대출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은 1998년 유엔 인권보고서에서 주장한 ‘Credit As Human right’(인권으로서의 신용)에도 위배된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의 특성을 전혀 무시한 신용평가는 차별이자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이 그들의 환경에 걸맞는 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은 제1금융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급전 수요를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제2·3금융권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그만큼 많은 이자부담을 져야 한다.
소상공인이 대출빚에 허덕이자 정부와 은행권이 나서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2월5일부터 소상공인 약 188만 명에 총 1조5000억 원 이자 환급을 개시했다. 중소금융권도 약 40만 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총 3000억 원 규모로 1인당 평균 75만 원 수준의 이자 환급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대환 프로그램 대상을 대출 최초 취급 시점 2023년 5월31일까지 확대+1년 대환 이후 대출금리 최대 5.0%로 적용한(기존 5.5%) 및 보증료 0.7%를 면제한다.
금융권이 특성별 상생금융 차원에서 1조265억 원을 지원했다. 은행권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을 통해 약 71만 명에게 2730억 원을 지원했다. 여신금융업계는 채무 감면 확대 및 저금리 대환대출을 실시했다. 2024년 2월 기준 연체 차주에게 채무 감면 확대, 저금리 대환대출 등을 통해 약 466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며 사업운영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에 대한 일시적 정책일 뿐이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다 근본적인 금융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메르스나 코로나처럼 사회적 이슈가 터질때마다 정부의 곳간을 열어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자체도 지역 금융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무담보·무보증으로 자영업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도권 금융회사에 접근이 어려웠던 금융소외 계층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포용하는 인터넷 특화 은행들도 출범 준비를 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이다.
금융시장의 수요와 공급간 괴리는 어느 계층에게나 있기 마련이지만 자영업 시장에서 발생하는 괴리는 단연 으뜸이고 이는 자영업자에 대한 차별에서 기인한다. 정부는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 ‘소상공인정책자금제도’ ‘소상공인 신용보증제도’ ‘서민금융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권이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지만, 소상공인이 실질적으로 피부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내수 시장 중심의 소상공인들이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소상공인 전문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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