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희의 100세 건강 [57] 몸의 나무 모발(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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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5 06:30:30

모발(毛)은 몸에 나는 털로 땅에서 자라는 나무와 같다. 털은 나는 곳·모양·특징을 참고하여 명칭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름이 각각 다르다. 머리카락은 머리에서 바깥으로 쭉 뻗어 나왔기 때문에 발(髮), 눈썹은 가장 돋보이는 털이기 때문에 미(眉), 턱수염은 몸이 완전히 성장해야(須) 나는 털이기 때문에 수(鬚)라 한다.

그러므로 턱수염이 날 때까지 성장해야 어른 대접을 받는다. 뺨에 나는 구레나룻은 말을 할 때마다 흔들리기 때문에 염(髥)이라 하고, 콧수염은 자(髭)라고 한다. 사타구니에 나는 털은 하모(毛) 혹은 음모(毛), 종아리에 나는 털은 경모(毛), 겨드랑이에 나는 털은 액하모(腋下毛)라고 한다.

털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지 않는다. 또한 아름답고 윤기 있는 털을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뻣뻣하고 성긴 털을 가진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털이 다른 이유는 각 부위의 털을 주관하는 장부가 다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심장이 주관하므로 불꽃이 위로 치솟아 오르듯 하늘을 향해 자란다. 눈썹은 간장이 주관하므로 나무뿌리가 옆으로 뻗어가듯 옆으로 자란다. 또한 간장과 함께 눈썹을 주관하는 방광과 삼초경락에 혈기가 왕성하면 눈썹이 길고 윤기가 난다. 혈기가 부족하면 짧고 윤기가 없다. 턱수염은 신장에 속하므로 물이 땅속으로 스며 들어가듯 아래로 자란다. 또한 신장과 함께 턱수염을 주관하는 소장의 혈기가 왕성하면 턱수염이 많다. 그러나 혈기가 부족하면 턱수염이 잘 나지 않는다.

음모가 많고 윤기가 있으며 가슴까지 털이 난 사람은 위장의 혈기가 왕성한 사람이다. 그러나 혈기가 부족한 사람은 털이 잘 나지 않으며 뻣뻣하다. 종아리에 털이 많고 윤기가 나면 담(쓸개)의 혈기가 왕성하다.

옛 사람들은 부위별로 난 털이 서로 다른 장부의 주관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늙은 사람의 머리카락·눈썹·턱수염이 한꺼번에 하얗게 되지 않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또한 고환을 거세한 환관 내시나 여자는 턱수염이 나지 않는다는 걸 통해 턱수염이 고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여자는 턱수염·구레나룻·가슴털이 나지 않는다. 이것은 월경과 출산의 영향으로 혈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턱수염이나 콧수염이 난 여자는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불임증이 있을 수 있다. 동의보감은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 인체에 대한 세밀한 관찰에 의해 기록된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데 일반 사람도 읽어 보면 100세 시대에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