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MLB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 한국 선수론 15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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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MLB 마수걸이 홈런… 3경기 연속 타점도 기록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까 홈런 나왔다”
김하성은 수비서 이정후 안타성 타구 잡아냈지만 타선 침묵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31 13:52:27

▲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방문 경기에서 8회초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홈런을 친 뒤 낙구 지점을 확인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P·연합뉴스

올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데뷔한 이정후(25)가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을 작렬했다.

이정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MLB 정규시즌 샌디에이고와의 방문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프로 데뷔 때에는 7경기 만에 홈런을 기록했지만 MLB에서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근소하게 앞선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샌디에이고 왼손 불펜 톰 코스그로브의 시속 125㎞ 스위퍼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시속 168㎞로 124ｍ를 날아가 우중간 외야 관중석에 꽂혔다.

이정후는 담담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돌았지만 관중석에 앉아 아들이 MLB 첫 홈런을 치는 장면을 지켜 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는 웃고 있었다.

29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린 이정후는 30일에는 첫 멀티 히트(5타수 2안타 1타점)를 달성했고 이날은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본격적인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올해 빅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3경기에서 12타수 4안타(타율 0.333), 1홈런, 4타점으로 순항 중이다. 이정후가 마수걸이 아치를 그리면서 MLB에서 홈런을 친 한국인은 15명으로 늘었다. 추신수·김하성·이대호·박병호·황재균·배지환 등이다.

5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김하성은 이정후의 안타성 타구를 두 차례 걷어내는 등 2023년 골드 글러브 수상자다운 호수비를 펼쳤지만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돌아섰다.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와 개막 2연전을 벌이고 샌디에이고로 돌아와 본토 홈 개막 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김하성은 5경기에서 타율 0.167(18타수 3안타), 1타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의 시속 156㎞ 빠른 공을 공략해 시속 159㎞의 빠른 타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유격수 자리가 아닌 2루 근처로 이동한 시프트(변형 수비)를 펼친 김하성이 2루 베이스를 지나서 공을 잡고 정확하게 송구해 이정후를 잡아냈다.

3회초에도 이정후는 시즈의 시속 154㎞ 직구를 받아쳤다. 그러나 시속 168㎞의 빠른 타구는 2루 근처를 지킨 김하성에게 걸렸다. 이정후는 타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가 2-0으로 앞선 5회 1사 2, 3루에서 이정후는 시속 141㎞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타구는 94ｍ를 날아가 펜스 앞에서 샌디에이고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잡혔다.

8회에는 아예 야수가 잡을 수 없는 외야 관중석으로 타구를 보내 빅리그 첫 홈런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정후는 8회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서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는 8회 이정후의 솔로포와 마이클 콘포토의 만루포가 터져 승기를 굳혔다. 샌디에이고는 9회 홈런포 두 방으로 추격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이고를 9-6으로 꺾고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MLB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데 대해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이정후는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홈런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 때는 “엄청 기뻤다는 것보다는 ‘홈런 쳤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이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더그아웃에 들어서서는 팀 동료들의 축하 세례가 이어졌다. 동료들은 이정후와 하이 파이브를 하는 것은 물론, 헬멧을 두드리며 MLB 첫 홈런을 축하했다. 그는 “(동료) 누구한테 무슨 세례를 받았는지 정신이 없어 기억이 안난다”면서 “(경기 후) 샤워실에서 동료들로부터 맥주와 면도크림으로 축하 세례를 받았다”고 웃었다.

그는 “아직 뭔가 보여줬다는 생각은 안 하고,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까 홈런이 나왔다”며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