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백화점이 만나 그리는 새로운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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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유통업계 아트 비즈니스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26 00:02:30

백화점 3사가 ‘아트 비즈니스’에 힘을 싣고 있다. 단순 ‘구색 맞추기’ 마케팅이 아닌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으로 육성하려는 모양새다.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가 미술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면서 유통업계도 아트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 해당 마케팅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미술 시장은 예술품을 재테크 대상으로 보는 MZ세대의 주목 속에 지난해 거래액 1조377억 원을 달성했다. 사상 최초로 1조 원대를 돌파한 성장세다. 2019년과 2020년 300억 원대에 머물던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을 만큼 2~3년 새 고속 성장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변화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 연구에 따르면 미술품 구매자의 비율은 XB세대(1946~1979년생)와 MZ세대(1980~2010년생)가 50대 50이지만 잠재 구매자의 비율은 MZ세대가 XB세대보다 38%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서 아트시장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는 1966년부터 갤러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아트를 활용한 사업이 급속히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아트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부터다.

2015년에 업계 최초로 백화점 한 층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미는 시도를 했으며, 2020년에는 강남점 3층에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트스페이스’를 꾸몄다. 같은해 회사 정관에 미술품 전시·판매·중개·임대업 관련 컨설팅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2019년부터 임원급 조직으로 미술 사업 조직 ‘갤러리팀’을 개편했으며, 지난해 하반기 MD직군도 새롭게 신설했다. 연내 신세계 모바일 앱 서비스인 ‘신세계 아트 스페이스’도 기획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 제1회 아트 롯데(ART LOTTE)를 개최하면서 아트 비즈니스에 출사표를 던진 뒤 롯데지주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달 초 시그니엘 부산에서 ‘롯데아트페어부산2023’도 개최해 총 40여 개의 갤러리 및 브랜드가 작품 약 500여 점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아트페어부산을 국내 대표 아트페어인 ‘아트부산’과 연계해 ‘유통업계 최대 아트페어’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의 ‘아트 경영’ 전략하에 유명 미술 작품 전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특별전 ‘다비드 자맹: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가 대표적 사례다.

현재 더현대 서울은 개점 2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센터와 협업한 특별전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 행복의 멜로디’를 진행 중이다. 특별전의 주인공인 라울 뒤피는 20세기 프랑스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히는 거장이다.

루브르박물관·오르세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센터가 국내 백화점에서 특별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아트 비즈니스는 이제 백화점 유통 본업을 위한 필수적인 부가 사업으로 선택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도 아트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어 아트 쇼핑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아트 비즈니스·쇼핑은 예술을 통해 이상적이고 완전한 판매를 겨냥한 유통의 새로운 이상향(理想鄕)이라고 할 수 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