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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담아낸 넷플릭스의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통합 콘텐츠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78) 총재의 엽기적인 행각과 집단 성폭행 등이 관심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지 또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포섭당하는 과정은 어떠한지, 그 방식에 대해 전문가를 만나 직접 확인해봤다.
13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종교학자 류제동 박사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이유에 대해 “불확실성과 사회적 변화가 극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게 되면 늘상 불안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 같은 현대인의 심리를 노리는 게 바로 사이비 종교집단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이비 종교 교주, 점쟁이와 무당 등의 공통적인 특징 중에 하나가 경쟁사회에서 받지 못한 ‘친밀감’ ‘따듯함’ 등을 먼저 주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종교에 빠져드는 이들이 외로움과 정서적 고립감을 심하게 느끼는 이들인데, 부모님에게도 못 받은 사랑을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은 가장 먼저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3일 방송 된 ‘나는 신이다’의 첫 화는 JMS의 정 총재에 엽기적 성범죄를 다루었는데, 정 씨는 피해자들에게 하나님의 치유를 명분으로 삼아 다수의 여성 신도들에게 성폭행을 감행했다. 정 씨는 1980년쯤부터 포교활동을 시작했으며 성폭력 혐의로 2000년부터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았으며 2001년 3월 해외로 도피했다.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음에도 해외의 은신처를 돌며 인터넷 중계 등으로 교단을 이끌었다.
2007년 5월16일 중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후 이듬해 2월 한국으로 송환되어, 2009년 4월23일 JMS 여신도들에 대한 준강간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감옥에서 나온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홍콩과 호주 국적 여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로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를 받아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출소 직후 또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오른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 사이비 종교의 신자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류 박사는 “정명석에 당한 일부 피해자들도 그에게 ‘애정 깊은 터치’를 느꼈을 수도 있다”라며 “특히 고등학교 때 집단생활을 하다 개인 생활로 변화하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대학생들은 JMS가 제공하는 소모임 등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으로 그들을 포섭하고 이후 자신들만이 ‘천국’이라며 외부 사람들을 혐오하고 불신하게 하는 교리를 공부시켜 점진적으로 세뇌한다”라고 덧붙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JMS는 신도들을 모을 때 △정체를 감춘 후 △젊고 예쁜 여성들을 동아리 활동을 근거로 모은 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성경 공부를 시키고 △교리에 세뇌해 강제로 농락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정 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메시아’ ‘재림예수’ 등 신적인 존재로 설정하고 홍콩과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 여신도들도 포섭해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이비 종교에서 보통 포섭 대상을 정한 이후에 그를 전도하기 위해 개인 배경을 조사해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환심을 사면서 접근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류 박사는 “결국 재산의 상당한 부분을 헌금하게 하며 생계까지 종교에 묶이게 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되는데, 사회성이 낮고 고립감을 많이 느끼는 엘리트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포섭된 신자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네트워크에 대해 류 박사는 “보통의 사이비 종교는 피라미드의 구조인데, 교주에게 충성하면 할수록 밑의 사람들을 통제하거나 교정하는 방식에 자율권을 얻을 수 있고 이 때문에 더욱 첨예하게 신도들을 종교에 빠져들게 해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테러와 폭력 사태도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종교 집회의 방식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쓴 소리를 낸 류 박사는 “보통 집회는 한 명의 교주가 설교하면 나머지 신도들은 ‘아멘’이라고 응답하면서 절대적으로 긍정할 수밖에 없게끔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어떤 신도든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교주는 ‘선’이고 나머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이 같은 집회 방식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정 씨가 해외 도피를 하게 된 과정은 그의 해외 도피를 도운 JMS 신도들의 조직적인 협력 때문이었다. 정 씨는 ‘황제 도피 행각’으로 구설에 올랐는데, 2008년 중국 공안에 체포됐을 당시 정 씨는 수영장과 감시카메라가 갖춰진 엄청난 규모의 별장에 머물고 있었다.
홍콩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붙잡혔을 때는 보석금 10만 홍콩달러를 선뜻 냈는데, 국내외 신도들의 조직적인 지원이 뒷받침된 것이다. 복수의 증언자들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JMS 신도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부분에 미쳤다. 도피 과정에는 국가정보원 직원까지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JMS 단체인 ‘엑소더스 제이엠에스’를 출범시킨 후 JMS 퇴출 운동에 앞장서 온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정 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JMS 신도인 현직 검사가 출입국 기록을 불법 조회하고, 정 씨의 성범죄 수사 기록을 검찰청 문서보관소에서 대출한 사실까지 알게 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종교의 본질적 목적에 대해 류 박사는 “현대 종교가 비극이 된 지점이 종교적 믿음이 맹목적 믿음으로 비화한 데 있다”며 “종교의 원래 목적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세계관을 얻거나 초월적 진리를 깨닫기 위해 헌신하는 용기를 얻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류 박사는 “올바른 역사관을 강조하는 교육 시스템이 올바른 종교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종교를 비판적으로 조망하고 감시 및 견제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질 때 제2, 3의 정명석은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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