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연재기획
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구모국의 신라 방문
구모국은 시베리아 동북단의 축지족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4 17:42:20
 
▲ 정재수 역사 작가.
‘신라사초’ <소지명왕기>이다. ‘9년(서기 487년) 화토 정묘 12월, 구모국(狗毛國) 사람이 찾아와서 방물을 바쳤다. 그 나라는 옥저의 북쪽 만 여리에 있다. 여름에는 물고기와 풀을 먹고 겨울에는 짐승을 잡아먹는다. 눈으로 집을 짓고 개를 처로 여긴다. 날쌔고 사나운 자를 현인(賢人)으로 삼는다. 비단과 곡식 종자를 주어 돌려보냈다(狗毛國人來獻方物 其國在沃沮之北萬餘里 夏食魚草冬食獸肉 以雪爲家以狗爲妻 驃猂爲賢人 乃賜錦帛穀鍾以歸之).’
 
구모국은 시베리아 축지족
 
구모국은 어디에 위치할까? ‘옥저 북쪽 만 여리에 있다(沃沮之北萬餘里)’는 기록이 단서이다. 옥저는 현재의 함경남도 함흥지역이다. 이곳에서 북동쪽 만 여리(약 4000km) 지점은 시베리아 가장 동쪽인 지금의 러시아 추코카(Chukotka)자치주이다. 이곳의 원주민은 ‘축치족(Chukchi)’이다. 축치와 추코카는 어원이 같다.
 
축치족은 시베리아 북동쪽 축치반도에 거주하는 종족이다. 북부 몽골로이드에 속하며 순록을 기르며 이동하는 유목집단(순록축치)과 바닷가에 정착해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고래 등 해양동물을 사냥하는 정주집단(바다축치)으로 나뉜다. 주거지 형태는 유목집단은 주로 천막, 정주집단은 눈집이다. 기록에 나오는 개는 시베리안허스키로 추정된다.
 
특히 유목집단은 스스로를 ‘순록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의 ‘차우추’라고 부르고, 정주집단은 ‘바다 사람’이라는 의미의 ‘안칼른’이라 부른다. ‘축치’의 명칭은 주변 민족들이 그들을 ‘차우추’라 부른데서 기원한 것이다. 축치족 스스로는 ‘진정한 사람’이라는 뜻의 ‘리그오 라베틀란’이라 부른다.
  
▲ 축지인 모습. [사진=필자 제공]
     
구모국은 시베리아 축지족
 
구모국은 우리말로 표현하면 개털국이다. 흔히 실속 없는 ‘속 빈 강정’을 가리켜 ‘개털’이라는 은어를 쓴다. 개털국의 어감이 영 좋지 않다. 특히 5세기 당시 축치인이 실제로 국가체제를 형성하고 있었는지 조차 의문이다. 샤먼이 지배하는 부족체제 정도는 아니었을까?
 
구모국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수만리 떨어진 신라까지 찾아왔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만약 단순한 표류가 아니라면 한반도 북부지방, 예컨대 옛 옥저(함흥) 또는 동예(안변)와 물물교류를 위해 방문했다가 이들의 소개로 경주까지 내려온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정해본다. 그럼에도 ‘신라사초’는 이들 축지족의 방문을 당당히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삼국사기’가 기록하지 않은 극동 시베리아인의 신라 방문을 알게 됐다.
 
참고로 ‘삼국사기’에 고구려 6대 태조왕이 정벌한 주나국(藻那國)과 조나국(朱那國)이 나온다. 이들 나라는 러시아 극동 하바로프스키 지방의 아무르강(흑룡강) 유역에 존재했다. 신라를 방문한 구모국은 이들 나라보다 훨씬 더 북쪽에 위치했다.
 
우리가 아는 삼국의 활동 영역은 비단 한반도에 국한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민족은 동북아시아 전체를 지배하고 영향력을 확대했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26
좋아요
11
감동이에요
5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 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충정로1가,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박용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