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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이슈
현대 전쟁에서 비물리적 수단의 위상
비군사적·비물리적 수단 동원되는 분쟁 양상에 적극 대비해야
박정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9 11:31:12
 
▲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탈냉전 이후 지구화가 심화되면서 전쟁의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전쟁 수행의 주체와 수단이 다양해짐에 따라 위협의 유형도 변했다. 대규모  재래식 전쟁의 가능성은 낮아졌고, 상대국 군대 전투력의 격멸이 더 이상 전쟁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국가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리적 수단이 아닌 다양한 비물리적 수단과 방법으로 전시·평시 구분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물리적 충돌과 피해 없이 상대국 지도부의 인식과 심리 변화를 추구하는 비군사적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전·평시 구분 없이 발생하는 분쟁의 형태는 분쟁 개념에 대한 강도에 따라 ‘회색지대(Gray Zone) 분쟁’ ‘비정규 전쟁’ ‘저강도 분쟁’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MOOTW)’ ‘제4세대 전쟁’ ‘하이브리드 전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회색지대 분쟁은 군사력 사용에 이르지 않는 분쟁 형태다. 국가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전시도 평시도 아닌 사태로, 경찰력만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제4세대 전쟁의 한 분야로 지칭되는 비정규 전쟁은 대중에 대한 정통성과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의 폭력적인 투쟁으로 적국의 정권 교체와 관련된 간접적인 무력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저강도 분쟁은 범위가 비정규 전쟁보다 넓지만 비정규 전쟁을 포함한 다양한 군사 활동에 초점을 둔다.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은 전시를 제외한 평화와 분쟁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군사력을 이용해 평화를 강제하는 군사작전을 가리킨다.
 
제4세대 전쟁은 비국가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의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정규적인 방식으로 수행하는 전쟁 형태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분쟁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 것으로 정규전, 비정규전, 테러, 범죄적 무질서 등 다양하고 상이한 형태의 전쟁 방식이 동일한 전투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전쟁과 평화의 중간 지대에 있는 중국의 3전(三戰:심리전·여론전·법률전)은 서구가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군사적·물리적 전쟁 방식과 다른 회색지대 전쟁이다. 평시에는 3전으로 무력행사 없이 부전승을 성취하도록 하고, 전시에는 물리적 전쟁 방식과 상호 밀접히 연계·결합해 저비용·고성과로 전쟁 및 전투를 수행하도록 한다. 3전의 목표가 국내외 민심과 군심이 중국 이익에 유리하도록 공론을 조성하는 것이므로 중국은 3전을 모든 갈등 및 마찰 상황에 대처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분쟁 관리의 틀로 정착시키고 있다.
 
중국의 3전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을 의미한다. 3전의 3개 전쟁 방식은 각기 고유한 영역을 지니지만 상호 연결돼 일체적으로 작동된다. 법률전은 여론전과 심리전 전개 시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고, 여론전과 심리전은 법률전의 지도와 제약을 받으며, 법률전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격 및 방어의 무대를 제공한다. 법률전은 중국만의 특유의 전쟁 방식으로 3개 전쟁 방식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북한은 남북 분단시기부터 전(全) 한반도의 공산화 혁명을 목적으로 남북한의 정치사회적 변화에 따라 ‘남조선혁명’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력도발과 대화를 적절히 배합한 심리전을 자행해왔다. 북한의 정치심리전은 레닌과 모택동이 공산주의 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발전시킨 ‘통일전선전략’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정치심리전은 이러한 통일전선 전략전술을 성공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핵심적인 배합 수단이다.
 
북한의 통일전선론과 정치심리전은 민족을 앞세운 담론 투쟁의 구사를 통해 사악한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민족담론투쟁은 민족개념이나 민족주의 정서를 동원한 논쟁을 통해 정치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제 민족담론 투쟁은 ‘우리민족끼리’와 ‘민족공조’라는 두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민족을 내세워 한국 내 친북·반미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민족대단결을 강조함으로써 민족주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며, 한·미 공조론을 무력화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유도하려 한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적 심리전 수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면서 국가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범국가적·군사적 활동의 조정·통제와 융합으로써 전략커뮤니케이션(SC) 개념을 발전시켰다. SC는 “국가(동맹)의 전략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력의 제 요소와 수단을 활용해 주요 행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통합된 노력”으로 정의된다.
 
SC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간파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SC는 국가적 차원에서 국력 DIME(외교. 정보. 군사.경제)의 제 요소가 활용되므로 정부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SC는 심리전을 포함한 정보작전, 공보활동, 계엄, 민군작전, 군사외교 등 모든 군사작전활동의 연계·융합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으며, 대상자들의 인식과 행동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고 소재 개발이 중요하다.
 
현대전쟁은 민간의 전쟁참여가 확대되고, 유인·무인전, 로봇전, 위성·우주전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며, 새로운 전쟁영역에서 미래전은 적의 지도체계 및 중심 타격·마비와 추가해 국민의지에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론전, 정치심리전, 사이버전, 테러전 양상을 띨 것이다.
 
국익이 우선인 각자도생의 국제사회에서 상시화 되고 있는 분쟁상황하에서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분쟁의 성격과 양상을 이해하고, 분쟁에 동원되는 물리적·비물리적 수단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의 전쟁은 적의 물리적 전투력을 격멸하는 대규모 재래전이 아니라 상대국 지도부의 인식과 심리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비물리적 수단을 다차원 공간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심리적 수단인 언론과 심리전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전·평시 구분이 모호하고 위협인식이 애매하며 다양한 비군사적·비물리적 수단까지 동원되는 분쟁양상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대응개념을 발전시키고 이에 따른 수행 체계를 확립해 나가며, 아울러 주변국들과 분쟁상황 발생 시 적극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SC 수행 체계도 구비해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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