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인 두뇌를 동시에 가진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가 슬기롭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에피소드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끈 것은 드라마의 오프닝 음악이다. 앙증맞은 고래 소품과 다양한 고래 이미지를 배경으로 흐르는 오프닝 음악은 통통 튄다. 선율이 밝고 단순하다. 단순해서 기억하기도 쉽다.
BTS와 싸이의 음악 못지않게 큰 사랑을 받은 노래는 ‘상어가족’이다. 아기 상어부터 할머니 상어까지 온 가족이 등장하지만 멜로디는 거의 똑같다. 북미 구전동요를 각색해서 만든 ‘상어가족’은 유튜브 100억뷰를 돌파하고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단순한 멜로디와 반복되는 가사가 인기의 비결이었다. 단순한 멜로디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쉬운 멜로디는 금방 따라 부를 수 있다. 따라 부르는 노래는 바쁘고 긴장된 삶에 휴식과 이완을 가져다준다.
베토벤 ‘운명 교향곡’의 첫 두 마디, ‘따다다단’은 누가 들어도 귀에 확 꽂힌다. 단 네 음으로 이루어진 동기(motive)는 전 악장을 걸쳐 반복·변형·확장된다. 베토벤 전기 작가 안톤 쉰들러에 따르면 베토벤이 운명 교향곡의 모티브에 대해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로 이 운명의 두드림을 잘 묘사해 놓은 듯한 음형이다.
‘운명 교향곡’은 베토벤이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스러운 ‘운명’을 받아들이고 탄생시킨 위대한 불멸의 작품이다. ‘운명 동기’라고도 하는 운명 교향곡의 첫 4개의 음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불안하고 우울한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베토벤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의 주제 선율 역시 단순하다. 단순하기 때문에 강하게 기억에 남고 쉽게 잊히지 않는다. ‘작은별 변주곡’은 18세기 프랑스 민요에 가사를 입혀서 작곡된 ‘아! 말씀드릴게요, 어머니’라는 사랑의 노래가 바탕이 되었지만, 모차르트 사후에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는 동요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모든 위대한 것은 단순하다고 했다. 단순한 것은 복잡한 것 보다 어렵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는 ‘단순’이라는 단어는 ‘전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전체를 보는 힘이 있을 때 핵심과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핵심을 알 때 단순해질 수 있다. 단순함은 불필요한 것을 걷어 내고 반드시 전달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만 남은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오프닝 음악은 주인공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마다 나오는 ‘고래의 등장’을 암시한다. ‘고래’는 이 드라마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아이디어나 해결책이 생각날 때마다 고래가 나타난다. 고래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바로 오프닝 음악이다.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밝고 선명하고 통통 튀는 오프닝 음악으로 고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고래가 나타나면 변호하는 사건이 재발견되고 풀기 어려웠던 부분에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오프닝 음악, ‘상어가족’, 베토벤 ‘운명 교향곡’, 모짜르트 ‘작은별 변주곡’의 멜로디는 모두 단순하고 명확하다. 우리는 복잡한 것보다 단순함에 끌린다. 단순함은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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