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진딧물과 우리 개미들은 서로 돕고 살았어. 우연히 진딧물 한 마리가 여기 아카시아를 찾아왔지 뭐야. 내가 새턴 부족에게 진딧물이 주는 음식을 먹으라고 알려줬어.” 빅이 설명해 주었다. “아, 그랬구나.” 미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진딧물의 숫자는 더 많아졌다.
미미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무슨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조금 전만 해도 진딧물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아카시아의 녹색 줄기와 잎을 다 덮어 버려서 아카시아가 온통 노란 색으로 물들었다. 곧이어 새턴 왕국의 방 속에서 개미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진딧물의 꽁무니에서 즙을 얻어먹기 시작했다.
진딧물은 아주 자연스럽게 개미들에게 꽁무니를 갖다 대었다. 새턴 부족은 용사들답게 차례로 줄을 서서 진딧물이 주는 음식을 받아 먹었다. 알을 키우는 개미들은 먹기가 무섭게 곧바로 육아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게워내서 아기들에게 먹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카시아가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미미는 아카시아가 힘들어 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카시아, 왜 그래? 어디 불편해 보이는데?” 미미가 다정하게 물었다. “미미, 나, 숨을 쉬기가 힘들어.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 아카시아가 숨을 헐떡였다. “너한테 진딧물이 이사 왔어. 처음에는 새턴들이 쫓아내려고 했는데 진딧물이 먹을 것을 주니까 지금은 아주 좋아해.”
“세상에! 의리 없는 새턴 같으니라구! 진딧물은 나의 수액을 모두 빨아버려. 조금 있으면 나는 죽어버리고 말거야. 어쩐지 잎과 가지가 죄다 근질거리고 기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어. 미미, 나, 금방 죽을 거 같아.” 아카시아가 잦아드는 음성으로 말했다.
“어쩜 좋아, 아카시아. 조금만 힘을 내. 진딧물을 빨리 내쫓아야겠네. 내가 빅에게 이야기할 게.” 미미는 아카시아를 위로했다. “빅, 큰일이야. 아카시아가 죽어가고 있어.” 미미가 다급하게 말했다. 빅은 미미가 아카시아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아카시아가 죽어가고 있다고? 혹시 진딧물 때문에?” 빅이 되물었다. “빨리 진딧물을 내쫓아야 해!” 미미가 말했다. “우리가 새턴 부족에게 말해 볼게. 그런데 너도 보다시피 새턴은 오랜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되어서 지금 한참 축제 분위기인데? 진딧물을 쫓아줄지 모르겠어.” 이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빅과 이호는 새턴의 외교대신 세로를 찾았다. 하지만 아카시아 줄기가 온통 진딧물로 덮여서 도무지 다닐 수가 없었다. 꽁무니를 개미들에게 들이대는 진딧물과 그걸 받아먹는 개미들로 아주 북새통이었다. 빅이 겨우 세로를 찾았을 때 빅은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
“세로, 여기 있었군요.” 빅이 반가워서 소리쳤다. 세로는 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는지, 부족원들의 동태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저기 좀 보세요, 빅! 드디어 우리 부족이 오랫동안의 배고픔에서 벗어났어요.” 세로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좋은 일이에요, 세로.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진딧물이 너무 많아서 아카시아가 숨을 쉴 수 없대요. 게다가 진딧물은 아카시아의 수액을 다 빨아먹는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아카시아가 죽을 거예요. 미미의 심부름으로 당신을 찾았어요.” 빅이 사태를 설명했다.
세로의 얼굴이 금방 심각해졌다. “아카시아가 죽으면 곤란한데…. 그런 문제가 있군요. 그렇다고 우리 부족을 굶길 수도 없고. 얼른 여왕님께 보고해야겠어요.” 빅은 이호와 함께 여왕을 만나러 갔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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