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은 치트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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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은 치트키가 아니다

조성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17 00:02:44

과거 스타크레프트 등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치트키’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치트(cheat)는 ‘속이다’라는 뜻인데 컴퓨터 게임에서 치트키란 제작자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키 또는 문장을 의미한다.

게임에서 건물을 빨리 짓게 한다든지, 유닛의 수를 몇 배로 늘린다던지, 특정 유닛을 죽지 않게 만드는 것 등을 일컫는다.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테스트할 때 정상적인 환경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치트키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치트키를 이용해 게임을 유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치트키의 단점은 잘못 입력하면 그만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트키를 입력하는 시간에 공격을 받아 게임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치트키에 의존할 생각을 가지고 게임에 임할 경우 질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재보궐선거라는 큰 게임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라는 위기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3시 신도시 계획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미리 알고 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투기 논란에 휩싸였으며 직장인 익명 앱에서 여권 인사들이 3시 신도시 정보를 물어봤다는 주장까지 나와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민주당이 국회의원 전수조사, 특검 등의 승부수를 띄웠으나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운 모양새다.

3시 신도시 투기 논란이 여권으로 번지자 문 대통령은 또 다시 적폐청산을 꺼내들었다. 그는 15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일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사건 자체의 대응 차원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돼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투기 의혹을 LH 일부 직원의 일탈 및 현 정부를 넘어 오래 전부터 지속된 적폐로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적폐청산을 통해 많은 정치적 이득을 봤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적폐청산을 앞세워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전 정권 수사에도 적폐청산이라는 기조가 녹아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문 대통령과 여권이 적폐청산이라는 단어를 치트키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으나 이번 상황에서 적폐청산은 치트키로 사용될 수 없는 단어 같다. 3기 신도시는 현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시절과 맞물린 사업이다. 또 LH직원 뿐만 아니라 여권 인사들도 연루된 사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감사원을 배제한 채 수사를 진행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치트키는 적폐청산이 아닌 사과와 진정성이다. 현 정부에서 일어난 잘못을 떳떳하게 사과하고 검찰과 감사원 등 수사기관을 동원해 진정성 있는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잘못된 치트키를 계속 입력하면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며 다가오는 4월 재보궐선거 역시 필패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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