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날’을 맞아 한국전쟁 참전국 후손과 한국 대학생들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유엔의 날 한국전쟁 참전국 후손 초청 행사((UN Day Event for Descendants of Korean War Allied Nations)‘에 모였다. 이들은 1950년의 빚을 2025년의 약속으로 갚는 작은 의식으로서 유엔의 날은 그렇게, 과거의 희생을 기리고 내일의 평화를 다짐하는 ‘세대의 계약’으로 지칭했다.
이날 행사는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가 주최하고 대한민국재향군인회(KORVA)가 후원했다. 주최 측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뜻을 이어갈 세대가 손을 맞잡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다.
김진영 KAFSP 회장은 환영사에서 “참전국의 젊은 후손들과 한국의 청년들이 미래의 우정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일 재향군인회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유엔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그 숭고한 정신을 젊은 세대가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향군인회가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비 건립을 주도하고, 참전국 방문 위문·주거 취약 참전용사 집짓기·후손 장학금 지원 등 맞춤형 보훈사업을 이어오고 있음을 소개했다. 또한 “지난 7월 ‘서울국제향군포럼’에서 22개 유엔참전국 재향군인회장과 함께 한반도 항구적 평화와 자유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며 국제 연대 확대 의지를 밝혔다.
행사의 무게중심은 제1부 ‘미래세대의 목소리’였다. 터키의 에렌 일디림(성균관대), 에디오피아의 와크지라 게메추(군산대), 콜롬비아의 스테파니 아르구엘로(숙명여대) 등 유학생 3명이 연단에 올라 각국에서 전해 들은 조부의 참전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우리는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웠다”는 선대의 말을 전하며, 한국의 현재와 조국의 기억이 하나의 연대로 연결돼 있음을 증언했다.
이어 한국 청년 김재현 씨는 영어와 한국어로 발표하며 “1950년 유엔군의 도움 없이는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 희생을 잊지 않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세대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제2부 공연에서는 서울대 음대 남성중창단이 ‘You Raise Me Up’과 ‘아리랑’을 선보였고, K-POP 아티스트 ‘MAYLIN’의 무대가 뒤를 이었다.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음악은 모두를 하나로 묶었다. 객석에서는 참전국 출신 유학생과 한국 대학생들이 함께 호응하며 ‘감사의 문화’를 공유했다.
만찬에 앞서 KAFSP 신하영 기획실장은 「한국전쟁 유엔참전용사 이야기」 발간 경과를 보고했다. 2023년 참전국 후손 초청 프로그램과 Y-KAFSP 결성을 출발점으로, ‘우리 할아버지 이야기’를 기록하자는 제안을 모아 22명의 후손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영문판(6월)과 국문판(7월)이 잇따라 출간됐다.
신 실장은 “세대 간 기억을 잇는 다리이자, 평화의 가치를 생활 속 기록으로 새기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참석자들은 만찬 석상에서 책자를 나누어 보며 각자의 가족사와 한국전 경험을 공유했고, 기념촬영으로 연대의 순간을 남겼다.
행사 중 김재창 KAFSP 부회장은 ‘UN의 날의 의미’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1945년 유엔 헌장 채택과 한국전 당시 유엔의 군사적 대응을 짚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유엔이 주도한 평화수호 결의 속에서 생존했고 자유세계의 교두보로 성장했다”며 “아직 미완의 유엔 평화체제를 다듬어 완성하는 일에 한국이 선봉에 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쟁 불법화라는 인류의 염원은 완결되지 않았지만, 그 숭고한 이상은 한국전의 경험을 통해 오늘도 살아 있다”는 대목에서 참석자들은 오래 박수를 보냈다.
행사 말미, 한 참가자의 말이 조용히 울렸다. “평화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입니다.” 흰색 유엔기가 펄럭이는 무대 뒤편, 참전국 후손과 한국 청년들이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며 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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