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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상원이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주한미군 감축 및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제한하는 조항을 5년 만에 다시 포함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견제로 읽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감축 논의는 없다”며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15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11일(현지 시간) 찬성 26표, 반대 1표로 NDAA 초안을 가결했다. 법안 요약본에 따르면 “한반도에서의 미군 태세 축소나 전작권 전환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국방장관이 보증하기 전까지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처럼 예산 제한 방식이 아닌, 군축 자체에 대한 실질적인 제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필요성은 미 의회와 학계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당시 주장한 연 100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대해서도 “현재 체결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재협상 대상이 아니며, 한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NDAA 초안에는 댄 케인 합참의장,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 주요 인사에게 감축 및 전작권 전환 관련 위험 평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대응과 관련해 조 후보자는 “억제력 유지와 동시에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며 “단계적 합의와 동시 행동 원칙에 기반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NDAA 조항은 트럼프 진영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전작권 조기 전환론에 제동을 걸려는 의회의 의지를 반영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관련 논란에 대해 13일 “전작권 환수는 단기적 협상 카드가 아니며, 중장기 협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방장관 보증·의회 승인 전까진 감축·전작권 전환 금지
국방부 “NDAA 확정 전 신중 대응”… 하원 논의 주목
전문가들 “조건부 유연성… 감축 가능성 열려 있어”
과거에도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치는 있었지만, 현재 NDAA 초안은 보다 정교하고 유연하게 설계됐다는 평가가나온다. 2019~2021년에는 “2만8500명 이하 감축 시 예산 사용 금지” 조항이 명시됐으나, 이후엔 삭제됐다. 이번 조항은 국방장관의 보증과 의회의 승인이라는 조건을 달아 감축 가능성을 법적으로 열어두는 방식이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언론에 이 같은 조항에 대해 “장관과 의회의 동의가 있으면 감축이 가능하다는 구조는 조건부 유연성을 의미한다”며 “적절한 명분이 형성되면 실제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주한미군 감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방부 고문이었던 댄 콜드웰과 군사 분석가 제니퍼 캐버노는 최근 공동 보고서를 통해 “지상 전투 병력을 중심으로 대부분을 철수하고 약 1만 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버노는 본지와의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향후 4년 내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유사시 미국이 한국 내 미군 기지를 작전 기지로 활용하는 데 한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유지보수·물류·정보 중심 기지로 재편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동맹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NDAA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 중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며, 미국 내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며 “국방부의 기본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NDAA는 미 의회가 연례적으로 처리하는 국방 예산 법안으로, 상·하원 통과 후 연말쯤 대통령 서명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하원 군사위원회도 관련 조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향후 양원 간 조율 과정을 거쳐 ‘주한미군 규모 하한선’ 조항과 ‘예산 사용 제한’ 조항이 다시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이르면 8월 중 새로운 국방전략(NDS)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NDS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재배치 방향,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한미동맹 역할 등이 주요 쟁점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한미 군사 협력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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