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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9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식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불참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전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를 두고 중국 측과 협의 중이라 밝혔지만, 지금은 절대다수 서방국 정상이 불참할 전승절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명백한 외교적 실책”이라며 “특히 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큰 시점에선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던 사례도 언급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톈안먼 망루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한 장면은 전 세계에 타전됐고, 이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갈등과 중국의 한한령으로 이어졌다”며 “결과적으로 외교적 실익 없이 전략적 혼선을 초래한 실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당시보다 미중 갈등이 훨씬 격화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중국 전승절 참석과 관련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전승절 때마다 한국 정상에게 초청 의사를 타진해 왔으며, 이번에도 공식 초청장은 아직 전달되지 않았지만 외교 채널을 통해 참석 여부를 타진해 왔다”고 전했다. 정부는 고위급 특사 파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승절은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행사로, 중국은 이를 대규모 열병식과 함께 치를 예정이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정주년(5·10년 단위)’ 행사인 만큼, 시진핑 국가주석은 물론 인민해방군, 중국공산당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한국 대통령의 참석은 10년 만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참석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측은 같은 시기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미를 제안하며 중국과의 외교 카운터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할 경우, ‘중국 편에 선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교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의 전승절은 단순한 종전 기념행사를 넘어 외교전의 무대로 활용되는 ‘전승절 정치’의 성격이 강하다. 최근 러시아가 ‘2차 대전 승전 80주년’ 기념식에 27개국 정상급 인사를 초청하며 세를 과시했던 것처럼, 중국 역시 전승절을 통해 ‘반제국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자유 진영의 일원이라는 한국의 외교적 정체성과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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