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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새 판을 요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유령에 사로잡힌 국민의힘은 스스로 공멸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누구도 그 궤도를 벗어날 수 없다. 보수는 현재 이재명 1인체제에 대항할 구심점을 잃었다. 누가 이 무너진 구도를 재편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김문수와 이낙연, 이 어색한 연대가 보수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 정치적 존립의 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내란잔당 척결’ 프레임은 공멸 가능성을 넘어 국민의힘 해산이라는 현실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친명계 김병기 원내대표는 ‘1년 내에 내란 세력 척결을 완수할 것’이라는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시민단체 ‘국민의힘해체행동’은 4일 “국민의힘은 명백한 내란의 잔당”이라며 천만인 해산 청원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여권 내에서도 국민의힘 해체론이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내란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특검이 본격 가동될 경우 국민의힘이 내란동조당으로 규정돼 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내란 정당 해산론이 빗발침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구태에 빠져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에도 친윤 보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친윤과 비윤의 갈등을 집요하게 부추기며 친윤계 인사가 원내대표를 맡고 차기 당대표 또한 윤석열의 사람이 접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내란잔당 심판’ 프레임에 철저히 갇히면서 해산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보수의 확장은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 정당으로 고립될 것이며 전국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은 사라질 것이다.
이낙연은 기회였다. 그는 민주당 3대 당원, 호남 출신, 비명계 좌장이었지만 이재명의 독주를 깨기 위해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 김문수를 지지했다. 지난 2일 서울시청 앞 마지막 유세에서 이낙연과 김문수가 서로를 끌어안은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정치의 판을 새로 짜겠다는 선언이자 한국 정치의 축을 흔드는 결단이었다.
이낙연은 호남 중도층, 민주당 비명계, 합리적 진보, 비윤계 보수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전국구 정치인이다. 김문수는 이 손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김문수는 친윤 보수의 볼모가 아닌, 정통 보수의 복원자다. 이낙연은 민주당 내 이재명 독주를 무너뜨리기 위해 민주당을 등지고 보수 후보를 선택했다. 이 장면은 중도, 합리적 보수, 호남 유권자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정치의 지형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대선 이후 이낙연은 이재명 체제를 괴물 독재 국가의 시발점으로 보며 맹공 중이다. 보수 내부에서도 “이낙연 같은 개혁적 인물마저 외면하면 보수의 확장성은 끝”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문수는 원조 보수의 마지막 상징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번 대선 국면에서 김문수를 지지했다. ‘파도 파도 미담(파파미)’이라는 애칭처럼, 김문수는 청렴한 이미지로 보수층의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이낙연도 ‘봉천동 아파트’로 대표되는 김문수의 청렴함에 반했다는 후문이다.
호남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이후 단 한 명도 없었다. 문재인도, 이재명도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민주당은 호남 민심을 이용만 했을 뿐 대선 후보는 항상 영남에서 냈다. 그동안 호남 유권자들은 보수당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그러나 이낙연은 호남 출신이다. 이낙연이라는 카드로 비명계 호남 중도 좌파를 보수 지지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이 기회를 여전히 외면하며, 호남을 확장 대상으로조차 보지 않는다.
1997년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 연합은 ‘불가능한 연대’라 조롱받았지만 결국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지금의 김문수·이낙연 연대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새 판은 ‘어울리지 않는 연대’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의 교집합은 ‘탈이념’ ‘탈진영’ ‘정치 개혁’이다. 이 조합은 보수를 ‘친윤계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새로운 보수’로 정의할 수 있다. 정파와 계파를 떠나 이재명 1극 체제에 반발하는 모두의 빅텐트가 대선 이후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보수 정치의 가장 큰 결핍은 ‘정치적 중력’이다. 내부 분열 끝에 모두가 원자화하고 있다. 흩어진 것을 모으는 힘, 그것이 구심점이다. 김문수와 이낙연이 그 역할을 맡는다면 보수는 친윤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 판을 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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