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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육군 250주년 열병식...'))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14일(현지시간) 미 육군 250주년 열병식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 진행된 행사를 참관하며 간간이 거수 경례로 경의를 표했다.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에선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링컨기념관~워싱턴모뉴먼트 사이를 채운 열병식에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노새 2마리, 개 1마리가 참여했다. 독립전쟁, 남북전쟁, 서부개척,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대(對)테러 전쟁 때를 거쳐 현재의 첨단 장비에 이르는 250년 변천사를 보여준 구성이었다.
NBC·ABC 뉴스에선 국방부 추산 ‘최대 4500만 달러(약 615억 원)짜리 열병식’에 ‘미국인 10명 중 6명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또 이런 대규모 열병식 자체가 드문 미국에서 1991년 걸프전쟁 승전 퍼레이드 이후 최초라고 지적한 워싱턴포스트(WP), 트럼프가 무대에 오르자 일부 관객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는 CNN 보도 등이 ‘그의 79번 째 생일을 기념한 열병식’ 논란을 불렀으나, 트럼프 측에선 ‘근거 없는 비난’으로 일축하며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표방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노 킹스’(왕들 필요 없다) 시위 역시 이날의 큰 뉴스거리였다. 트럼프를 왕처럼 군림한 권위주의적 지배자로 규정한 이들 집회는 풀뿌리 조직 ‘50501’(50개 주·50개 집회·1개 운동)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방침 전반에 항의하는 것을 목표로 2월5일 이래 전국 시위를 주도해 왔다. 다만 이날 다섯 번째 동시다발 ‘노 킹스’ 시위가 미네소타주(州)에선 취소됐다. 두 명의 주 의회 의원을 노린 암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멜리사 호트먼 주 하원의원과 남편은 미니애폴리스 외곽 브루클린파크 자택에서 피살됐고, 인근 지역 챔플린에선 상원의원 존 호프만과 그의 아내가 총격으로 중상을 입었다. 톰 월즈 주지사와 수사당국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표적 암살”로 규정한 가운데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표적 테러로 정치인이 목숨을 잃기는 1978년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이자 동성애자·인권운동가 하비 밀크 이래 처음이라 한층 충격을 줬다.
관할 경찰서의 마크 브루리 서장에 따르면 용의자 밴스 루터 볼터(57)는 도주 중이며 그의 차량에서 여러 의원들과 공무원 이름이 적힌 ‘표적 목록’ 및 ‘선언문’이 발견됐다. 명단에 오른 약 70명 모두가 낙태권·이민 문제 관련해 민주당 급진파 내지 낙태 시술자들이며 피격 당한 호트먼과 호프먼 의원의 경우 당내 핵심 존재들이다. 1918년 미네소타주에 출현한 농민노동자당은 1944년 전국 정당인 민주당과 합쳐져 민주농민노동자당(DFL)이 됐으며 이 지역에서 민주당은 DFL을 뜻한다.
인구 약 580만 명(선거인단수 10명)의 소규모 주인 미네소타지만 민주당 내 이념적·지도적 위상이 높다.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친 후 1944년 농민노동자당을 흡수해 DFL로 거듭나면서 약진한 미네소타 민주당은 이후 전국적 유명 인사들을 배출했다. 1968년도 대통령 후보인 휴버트 H. 험프리, 지미 카터 정부 부통령 역임 후 1984년 대통령 후보가 된 월터 먼데일, 베트남전쟁 반대 운동의 선봉장이던 유진 맥카시 등은 미 민주당의 이념적 좌표를 설정한, 진보·리버럴의 상징적 인물들이다.
이번 피격으로 사망한 호트먼은 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첫 당선 이후 11선의 지도급 의원이다. 2019부터 6년간 주 하원의장을 지냈으며 미국 내 민감 이슈인 ‘낙태권’ 옹호에 대단히 강력한 지지 입장을 보여 왔다. 용의자 정치 성향이 이와 대척점에 있어 주요 범행 동기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선출된 호프먼은 주 상원 인적자원위원회 위원장이다. 뉴욕타임스(NYT)에선 “양당 의석수가 비슷한 미네소타 주 의회에서 중심 역할을 해 온 두 의원을 표적 삼은 것으로 당국이 본다”고 보도했다.
미네소타주 상원 전체 67석 중 DFL 34석·공화당 33석, 하원은 134석 중 공화당과 DFL이 각각 67석·66석(1석 공석)이다. 21세기 들어 주지사·상원·하원 모두 민주당이 장악한 경우가 많아 ‘1당 지배’ 지역으로 불릴 정도였으나 근년 트럼프 열풍으로 공화당이 회복세에 있다.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법무장관과 연방수사국(FBI)이 조사 중이며 관련자가 법 허용 범위 내 최대 수준으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힌 다음 “이런 끔찍한 폭력은 미국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참으로 훌륭한 곳, 미네소타의 위대한 주민들에게 하나님 축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매체들이 일제히 민주주의 위기를 언급하며 줄곧 심화돼 온 ‘격앙된 정치 언사’를 그 배경으로 언급한다. 정치학자 스티브 레빗스키 하버드대 교수가 “정치 규범 붕괴” “트럼프 시대 들어 격렬해진 정치 언론·정치 담론이 폭력 행동의 정서적·문화적 토양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폭스뉴스 등 극소수 매체를 제외하면 언제든 트럼프 책임론으로 몰고갈 태세가 엿보이지만 대선 당시보다 높은 50% 전후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세다. 특히 불법이민 문제 관련해선 50~55%에 이른다. 로스앤젤레스 사태에 강경 대처할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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