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선판 흔든 트럼프, 좌절… 자유당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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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실무형 카니, ‘미국發 압박’ 대응 적임자로 인정
제1야당 대표 폴리에브 ‘캐나다의 트럼프’ 전략 실패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9 16:36:24

▲ 16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라디오캐나다하우스에서 열린 프랑스어 연방지도자 토론회. (왼쪽부터) 파트리스 로이 사회자, 마크 카니(자유당), 이브프랑수아 블랑셰(블록케베쿠아), 자그미트 싱(신민주당), 피에르 푸알리에브르(보수당). AFP·연합뉴스

▲ 16일(현지시간) 방송 토론회에서 만난 당시 두 유력 후보. 약 2주 후 마크 카니(오른쪽) 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승리했다. 지난 9년간에 대한 실망감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크게 높였으나 결국 ‘트럼프 압박에 잘 대응할 인물’이 선택받았다. 카니가 전임자와 다른 학자형이자 실무형 지도자인 점을 호소한 반면,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왼쪽)는 ‘캐나다의 트럼프’ 전략으로 갔고 잘 먹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현 총리가 이끄는 리버럴 파티(자유당)이 이겼다.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와 “미국의 51번째 주(州)” 운운으로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치러진 선거였다. 전체 343석 중 172석엔 이르지 못했으나 역전승에 가깝다. 자유당 소속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9년간에 대한 실망감은 한때 정권교체 가능성을 크게 높였지만 결국 ‘트럼프 압박에 잘 대응할 인물’이 선택받은 모양새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가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반면, 카니는 전임자 트뤼도와 이미지가 다른 학자형이자 실무형인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양성·소수자 중시와 방만한 이민정책으로 곤경에 빠진 캐나다 서민·중산층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트럼프 압박이 유권자들 표심을 흔들어 정권연장으로 이어졌다는 초기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좀 더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트럼프는 캐나다 투표일 전날까지 미국 합병의 장점을 언급했다. 28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트럼프는 캐나다 국민을 향해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군사력을 거저 세계 최고로 끌어올릴 힘과 지혜를 갖춘 사람을 선택하라”며 사실상 보수당 지지를 호소했다.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된다면 관세나 세금 없이 자동차·철강·알루미늄·목재·에너지와 다른 모든 산업을 4배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으나 먹히지 않았다.

CBC 방송 등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이날 캐나다 차기 집권당을 결정지을 총선 투표가 동부 지역 투표소를 시작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진행돼 온타리오·퀘벡 등 대부분 지역의 투표가 캐나다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29일 오전 10시30분)에 끝났다. 브리티시컬럼비아·유콘 투표는 이보다 시차를 두고 마무리됐다. 캐나다 동부·서부는 한 나라라 해도 통합성이 떨어진다. 자국 내 동·서보다 각각 미국 동부·서부와 경제적으로 깊이 얽혀 있다.

온타리오(122석)와 퀘벡(78석) 2개 주가 전체 의석수 343석의 58%를 차지한다. 선거일 직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카니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 자유당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3개월간 극적인 지지율 반전을 이뤘다. 캐나다 CBC방송이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유당 지지율은 투표일 전날인 27일 기준 42.8%로 제1야당인 보수당(39.2%)을 3.6%p 앞섰다. 전국적인 지지율 격차가 크진 않지만 의석수 많은 온타리오·퀘벡·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자유당 지지율이 높아 자유당의 승세를 높였다. 미국처럼 고학력 엘리트가 밀집한 지역의 특징이기도 하다.

CBC 집계에 따르면 자유당 단독 172석 이상의 과반 의석을 확보할 확률이 70%였으며, 단독 과반은 아니지만 최다 의석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19%로 예측됐었다. 두 경우를 합산한 자유당의 총선 승리 확률은 89%나 됐다. 2021년 총선 때 자유당이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지만 비슷한 성향의 신민주당(NDP) 지지를 얻어 집권 연장에 성공한 바 있다. 트뤼도의 사임으로 반년 앞서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보기 드문 정치적 대반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었다.

올해 초만 해도 제1야당인 보수당의 총선 승리가 유력시 돼 차기 캐나다 총리는 폴리에브 대표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됐다. 트뤼도 전 총리의 9년여 동안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불만으로 자유당 지지도가 지속 하락했다. 인기를 잃은 자유당이 1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보수당에 20%p 넘게 지지율이 뒤처졌다. 그러나 1월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한데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 및 합병 권유 등이 캐나다인들 감정을 건드려 정권심판 대상이던 자유당 지지율이 급반등했다.

게다가 보수당의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캐나다의 트럼프’ 이미지를 부각시킨 게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자유당 실정(失政)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선거 쟁점이 바뀐 뒤에도 적절한 선거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반면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성공적으로 역임한 카니는 정치 경력이 없음에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할 안정적인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지지율 반등을 끌어냈다. 선거전 막판에 자유당·보수당 지지율 격차가 다시 좁혀져 자유당을 긴장시켰으나 더이상 반전은 없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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