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R&D 줄이기… 선택과 집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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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 수익성 악화 R&D 전년 대비 22.9% 감축
대웅·동아·대원… 임상 중단 결정 주력 물질에 집중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6 12:49:16

국내 제약업계가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연구개발(R&D)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과감한 비용 절감과 임상 파이프라인 정리를 통해 비용 대비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16일 국내 제약사들이 제출한 2024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광동제약·대웅제약·동아에스티·대원제약·제일약품 등이 작년 한 해 동안 일부 임상 연구를 중단하거나 연구개발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동제약은 작년 R&D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약 23% 줄였다. 2023년 204억 원에서 2024년에는 157억 원 수준으로 감축했다. 인력 축소도 병행됐다. 2023년 R&D 인력은 의약연구개발본부 86명에서 2024년 40명으로 줄었다. 천연물융합연구개발본부도 65명에서 44명을 단축했다. 총 R&D 인력은 2023년 151명에서 2024년에는 105명으로 나타났다.

R&D 비용 및 인력 축소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10억 원보다 무려 87.6%나 감소했다.

광동제약은 최근까지 치매 치료 천연물 신약인 ‘KD501’의 임상 2상까지 진행했지만 시장성 및 개발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제품화를 보류한 상태다. 대신 비만 치료제 ‘KD101’ 여성 성욕저하 장애 치료제 ‘KD-BMT-301’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별도기준 R&D 비용이 985억원으로 2023년의 1091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도 2023년 15.5%에서 지난해 15.0%로 조금 낮아졌다.

동아에스티는 과민성 방광 치료제 ‘DA-8010’(개발코드명)의 임상3상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하고 약 94억 원을 손상 처리했다. 이에 따라 R&D 지출도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제일약품은 작년 R&D 투자액을 408억 원으로 줄였다. 2023년 491억원 보다 약 17% 감소한 수치다. 이와 함께 전임상 단계였던 혈액암 치료제 ‘Cancer2’의 개발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성 악화가 결정적 요인이다. 작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89억 원 순손실 301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R&D 비용을 줄이는 한편 임상 일정 조정 및 일부 파이프라인 종료도 눈에 띈다. 대웅제약은 중추성 사춘기 조발증 치료제·항류마티스제·항응고제 등의 개발을 중단하며 총 31억 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도 면역항암 항체신약 후보물질 ‘HL186’ ‘HL187’의 개발을 중단했다. 글로벌 유사 파이프라인에서 실패 사례가 늘어나며 전략적 전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측은 “새로운 포맷이나 타깃을 기반으로 한 후속 개발은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의 관계자는 “물가상승으로 생산비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미국의 의약품 수입 관세 정책도 명확하지 않아 글로벌 대응 전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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