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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6월 대선, 신뢰 잃은 선관위에 관리 맡길 수 있나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0 00:02:30
▲ 최영호 정치사회부 기자
지난달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고위 간부 자녀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이 감사원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가 조작되고 선발 요건이 특정인을 위해 변경된 정황도 확인됐다. 이른바 금수저 채용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상징해 온 기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더욱이 이 같은 일이 수년간 조직적으로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은 국민들 사이에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선관위는 곧바로 사과했고 외부 인사로 구성된 특별혁신 기구를 만들어 조직 쇄신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민은 이 같은 대응에 이미 익숙하다. 공직 사회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복되는 셀프 개혁방식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선관위는 유사한 인사 비리를 자체 감사로 처리해 왔지만 구조적 개선 없이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 사건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선관위가 공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상징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선거의 투명성과 신뢰는 선관위의 독립성과 엄정함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정작 내부에서는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공적 절차를 농락하는 행태가 벌어졌다. 국민이 선관위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과 사회적 갈등은 더 쉽게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은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특별감사관제 도입과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역시 선관위의 자정 능력만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그간 독립성을 이유로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해 왔던 정치권이 이제 와서 손을 털 듯 거리를 두는 모습은 책임 회피로 읽힐 수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은 헌법 기관의 독립성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존중받을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외부 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독립성을 보장하되 감시 사각지대를 허용하지 않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절실하다. 선관위 스스로도 외부 통제에 일정 부분 문을 열고 제도 개선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국회의원 총선거·대통령 선거 등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거의 정치적 정당성은 선관위의 관리하에 보장되고 있다. 그 선관위가 공정성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반도 흔들린다. 이번 비리 의혹은 단순한 채용 부정이 아니라 헌정 질서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현재 선관위는 6월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국민의 표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신뢰는 한 순간에 쌓이지 않는다. 무너진 신뢰는 더욱 더 회복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지금이야말로 조직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책임자 몇 명을 바꾸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제도와 구조·화까지 바꿔야 한다. 내부 고발이 가능한 시스템·외부 감사의 실효성 확보·인사 절차의 투명성 보장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은 개혁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공정하게 바뀌었다는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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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5-04-11 06:49 수정          삭제 절대 못 맡김. 우리가 나서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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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2025-04-10 17:37 수정          삭제 바로 이번달 치러진 선거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음. 공병호TV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조기대선? 선관위에 맡기면 이미 답은 나와 있습니다. 저들은 정권을 침탈하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할겁니다. 사전선거 절대로 하면 안되고 투표함은 당일날 그자리에서 수개표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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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2025-04-10 15:14 수정          삭제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도 안하고 저그들 위법짓거리는 등떠밀려 사과한 작태와 이번에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소리로 선거를 치르면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자유민주주의 주인 국민 주권 반드시 엄중하게 행사하고 왜곡되지 않는 선거관리 체계없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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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2025-04-10 14:42 수정          삭제 선관위는 독립된 기관은 맞지만 왜 헌법기관인가?개헌해서 행안부 산하기관으로 편제를 고치고 감사등의 모든 견제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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