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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바람결에 펄럭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도라산 전망대는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목에 자리하고 있지만 북측의 상시 위협에 평화는 사실상 실종된 지 오래다. 판문점 관광도 전면 중단되면서 언제 재개될 지 기약이 없다. 연이은 오물 풍선 살포에 악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화관광은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지나 부분 재개됐지만 북한의 서슬퍼런 위협이 상존하며 불안은 채 가시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9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리 도라산 전망대는 육군 1사단이 담당하는 전망대로 위용을 자랑했다. 보안 서약서를 쓴 후에도 검문소를 지나면서 1사단 군인에게 신분증을 확인하는 엄격한 출입 절차를 따라야만 비로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곳이다. DMZ 평화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전망대 근처에 도라산역과 대한민국 육군 담당의 도라 OP가 위치해 있고 북한의 생활을 바라볼 수 있는 남측의 최북단에 자리 잡은 요새다.
북한 오물 풍선 살포로 지난해 7월 DMZ 평화관광 전체 코스가 잠정 중단됐다가 같은 해 10월 재개됐다.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와 통일촌을 둘러보는 코스에서도 전망대 옥상 관람과 군 시설 및 북쪽 촬영은 재개 이후부터 금지됐으며 현재에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망대 3층에서는 수십 대의 망원경이 설치돼 개성의 송학산·김일성 동상·기정동·개성시 변두리에 이어 금암골(협동 농장) 등을 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개성공단까지 볼 수 있는 곳임에도 북한군의 위협으로 출입이 원천 봉쇄됐다.
셔틀버스를 탄 미국·베트남·일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관광객을 향해 “북측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달라” “3층은 폐쇄돼 올라갈 수 없다”는 다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가이드는 농담으로 “3층에 올라갈 때 북한군이 당신을 목격하고 총을 쏠 수도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전했다.
출입이 허락된 2층 카페테리아 전망대에서는 ‘북쪽을 향해 촬영할 때 군사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문이 전망대 카페 곳곳에 붙어 있었으며, 관광 명소를 찾은 관광객들은 창문 너머로 북측을 바라볼 수만 있을 뿐이었다. 군은 극구 사진을 찍겠다는 이들에게 “북한군을 자극할 수 있다”며 만류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50대 관광객은 “지난해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꼽으며 파주 임진각 DMZ 평화관광이 유명무실해졌다”며 “외국인들이 냉전의 아픔을 안고 있는 유일무이한 분단국에 와서 분단의 아픔을 느끼는 것마저 경색된 북한의 뻣뻣한 태도로 위협을 안고 찾아와야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국내 외국인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DMZ 평화관광은 2023년 7월18일 미군 병사 월북 사건 이후 판문점 견학마저 중단돼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당시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는데, 유엔사는 같은 해 11월 ‘특별견학’ 형식으로 관광을 재개하려 했으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이 무장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여태껏 판문점 견학 재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통일부와 파주시 측은 북한의 상황 변화와 남북 관계 정세 변화 추이에 따라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확한 재개 시점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주=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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