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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는 시라노와 록산 그리고 크리스티앙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897)을 원작으로 작년 12월부터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의 무대는 17세기 중엽 프랑스 파리. 폭압과 전쟁의 시대, 든든한 뒷배는 없지만 용맹한 부대 가스콘을 이끄는 시라노에겐 세상 누구보다 드높은 콧대가 있다.
그런 그가 작아지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어린 시절부터 같이 지낸 록산 앞에 설 때다. 시라노의 콤플렉스인 기괴한 큰 코가 그녀 앞에서 선 그를 작아지게 만든다.
심지어 시라노는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진 록산을 위해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대신 써주며 다른 이의 이름으로나마 록산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한다.
시라노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조형균은 5년 만에 돌아오는 ‘시라노’의 매력을 이렇게 어필하고 있다.
“극 중 고전적인 말투나 시적인 언어들, 가령 ‘어떻겠소’ ‘하오’ 등 잊고 있었던 옛것을 되살린 점이 ‘시라노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조형균은 아울러 흘려보내는 넘버가 없을 정도로 매 넘버가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시라노가 1막 마지막 본인의 심정을 고백하는 ‘홀로(Alone)’를 베스트로 꼽았다.
“시라노도 나약한 인간이지만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그걸 숨기고 광대처럼 사랑을 한다. 가면 속에 그리고 웃는 얼굴 속에 아픔을 숨기고 솔직하지 못한 인생을 사는데 ‘홀로’를 부를 때 그런 것들을 터트린다.”
이번 시즌은 이전에 비해 시라노가 가진 광대의 면이 더욱 부각됐다. 극 중 시라노는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가 짝사랑하는 록산과 크리스티앙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조형균은 시라노의 이런 면모에 대해 남자답지 못하다면서도 이러한 모순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조형균은 ‘시라노’로 2020년 열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배우라는 길을 걷는 데 있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는 좋은 포인트였다”고 고백했다.
극 중 시라노는 세상의 부조리에도 맞서 싸우는 신념을 갖고 있다. 최근 시국과 맞물려 시라노의 대사가 이전보다 더 깊이 다가온다고 조형균은 말했다.
“독백 대사 중 ‘내 오랜 친구여, 이곳은 아직 혼란하다’는 대사가 있는데 순간순간 많이 이입된다. 관객들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시라노’가 관객들의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다. 나라가 안정돼야 예술도 지속될 수 있으니까”라고 부연했다.
조형균은 뮤지컬 외에 TV 경연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하고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 성우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창작 뮤지컬 시라노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2월23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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