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兆 시대 ETF 양극화 심각… 삼성 미래에셋 74%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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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ETF 순자산 66조 원, 미래에셋운용 62조 원으로 과점 형성
대형사의 높은 광고선전비, 수수료 경쟁으로 중소형사 자리 잡기 어려워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6 09:47:00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기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순자산총액(171조8981억 원) 중 삼성자산운용은 65조9049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1조8521억 원으로 둘이 합쳐 전체 74.3%를 차지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 170조 원을 넘어서며 전성기를 맞았으나 대형 자산운용사 상품 중심으로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달했다. 문제는 ETF가 운용업계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운용사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TF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쏠림 현상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6일 한국거래소에서 ETF 실적 확인한 결과,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2일 기준으로 171조8981억 원이었다. 1년 전(121조5187억 원)과 비교해 41.5%(5038억 원) 늘어났다. 2020년 순자산이 50조 원 안팎이었던 ETF 시장은 2021년 74조 원으로 급증한 뒤 2022년 79조 원, 2023년 121조 원, 2024년 174조 원으로 매년 36% 이상 커지고 있다.

경쟁도 치열하다.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26개 중 22곳에서 지난해 174개 ETF 상품을 새로 내놓았다. 일주일에 평균 3개 이상 출시한 꼴이다. 거래도 활발하다. 작년 ETF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조5000억 원이었는데 이는 유가증권시장의 32.4%를 차지하는 규모다.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대형사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업계 1·2위인 삼성자산운용(순자산 65조9049억 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61조8521억 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8.3·36.0%로 둘이 합쳐 74.3%에 달했다. 1년 전(77.2%)보다는 소폭 내렸으나 여전히 시장을 압도하는 수치다.

3·4위 KB자산운용(점유율 7.6%)·한국투자신탁운용(7.5%)까지 더하면 규모는 90%에 육박한다. 신한자산운용 등 나머지 22개 운용사를 모두 합친다고 해도 10% 안팎인 셈이다. ETF 신규 상품(174개)도 상위 4곳이 거의 절반인 88개를 출시했다. 과점 구도를 깨기 어려운 상황이다.

▲ ETF 순자산 및 운용사별 점유율.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ETF 시장 양극화는 시장을 선점한 대형사들이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자금력을 바탕으로 상품 홍보에 적극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 전체 481곳은 작년 3분기까지 광고선전비로 총 353억 원을 섰는데 이 가운데 상위 4곳의 비용이 262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형사들이 수수료 저가 경쟁을 벌이는 점도 중소형사를 짓누른다. ETF 상품을 많이 운용하는 대형사는 보수를 낮춰도 박리다매식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나 중소형사는 쉽지 않다.

일례로 삼성자산운용은 작년 4월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 4종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연 0.0099%로 낮췄고 그러자 미래에셋자산운용도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연 0.0098%로 인하했다. 이에 질세라 KB자산운용 역시 그해 7월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 등 13종의 ETF 상품에 대한 총보수율을 모두 연 0.01%로 내렸다.

문제는 ETF의 과점 현상이 자산운용업계 양극화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사 영업수익에서 ETF·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공모펀드 및 사모투자 관련 투자신탁위탁자보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461곳은 작년 3분기까지 3조7414억 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그중 투자신탁위탁자보수 수익이 1조9743억 원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투자신탁위탁자보수 순위를 보면 ETF 점유율이 높은 운용사들이 상위권에 포진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22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자산운용이 1572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다음 KB자산운용 1121억 원, 신한자산운용 760억 원, 한화자산운용 744억 원, 한국투자신탁운용 639억 원, NH아문디자산운용 437억 원, 키움투자자산운용 408억 원 등의 순이었다. 상위 8곳의 합계 투자신탁위탁자보수는 7907억 원으로 업계 수익 전체 40% 이상을 차지한다.

ETF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중소형사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3분기 누적 자산운용사 481곳 중 207곳이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ETF 상위권 운용사 8곳은 모두 흑자였다.

ETF 쏠림 현상이 시장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ETF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투자할 수밖에 없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ETF 시장이 발전하려면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돼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갭이 벌어지는 현상은 시장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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